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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유명무실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참사 더 키웠다

1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수색작업이 18일 일단 마무리됐다. 전날 밤 인근 풀숲에서 시신 1구를 추가 수습하면서 실종된 신고자 명단이 모두 확인된 데에 따른 것이다. 이번 참사는 많은 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때 교통 통제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만 이뤄졌어도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고 애통하다. 한 마디로 총체적 재난 대응관리 부재가 낳은 후진국형 인재(人災)이고 관재(官災)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는 국가의 기본 책무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이 치명적 위협을 받는 상황인데도 국가는 어디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강물이 넘친다고 경고를 해도, 주민이 위험을 알리는 신고를 해도 나서는 기관은 없었다. 제방은 부실한 채 폭우 속에 방치되고, 해당 공무원들은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이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라에 큰 재난이 닥쳤는데도 정부의 재난 컨트롤타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5개월째 자리에 없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솔했다지만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유 중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뛰어가도 크게 바꿀 게 없다”는 대통령실의 재난 대처 인식은 참으로 안일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피해를 더 키운 셈이다.

비록 소를 잃었지만 이제라도 외양간을 튼튼하게 고쳐야 한다. 기후 변화로 폭우와 홍수, 폭염과 가뭄, 폭설 등 자연재해는 갈수록 대형화되고 인명은 물론 재산 피해 규모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재해 취약 분야에 대한 기준을 꼼꼼하게 다시 살펴 한 단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방재계획을 마련하는 등 국가의 재난 대응 체계를 획기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당장 지하차도 관리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2021년 전국 지하차도 일제 점검 결과를 보면 제2, 제3의 오송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925곳을 모두 살펴보니 3분의 2가 훨씬 넘는 658곳은 배수능력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관리 주체도 지자체와 건설교통부, 기타 공공기관 등으로 제각각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 참사에서 보듯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우왕좌왕하다 화를 키우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정부처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재난 대처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터 확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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