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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자율주행 전환에 진심인 도시 함부르크

유럽 최초의 무인트럭 테스트 도시는 어디일까? 바로 함부르크다. 자율주행 트럭의 도로교통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는 ‘MODI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곧 볼보와 DAF사의 40t 트럭 2대가 함부르크의 항만, 고속도로, 산업지역 사이를 이동할 예정이다. 함부르크시는 함부르크 전역에 무인트럭을 운용하는 것을 넘어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과 노르웨이까지 무인트럭 운영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는 유럽 내 공급망 유지를 위해 국경을 넘어 인근 국가의 항구까지 자율주행으로 연결하려는 것이다.

함부르크 운송회사 ‘호흐반(Hoch Banh)’은 버스의 무인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함부르크 시내 하펜시티구역에서는 독일 지멘스 등이 개발한 자율주행 ‘HEAT 미니버스’가 얼마 전 시범 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 번에 22명을 태울 수 있고, 최대 5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이 버스는 2년 동안의 시범 주행을 통해 자율전기 셔틀버스가 지역교통을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함부르크에서 자율주행의 범위는 트럭과 버스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함부르크시는 시 남쪽에서 무인차량 시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20대의 무인차량을 온디멘드(On Demand)와 무인운전을 결합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 함부르크 전역의 도로에서 1만대의 무인차량이 운영될 예정이고, 온디맨드 무인차량의 활용을 통해 도시 외곽에서 도심지로의 접근성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함부르크시가 자율주행의 전환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코로나시기 심각한 운전자 부족으로 극심한 물류대란을 겪었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인 함부르크가 물류대란으로 기능이 마비돼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게 요구됐다. 또한 대중교통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데 운전기사 수급이 쉽지 않은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함부르크시는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해 도심교통 체계를 혁신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회사들이 자동차라는 이름을 지우고 모빌리티회사로 스스로를 정의하듯이 함부르크시도 도심교통정책을 이동성에 초점을 둔 모빌리티 계획으로 정의하고 있다. 화물과 승객 모두에게 목적지부터 도착지까지 끊기지 않는 이동성을 제공하고 2030년까지 도시 전역에 5분 간격으로 대중교통을 제공하는 것이 함부르크시의 목표다. 이 계획의 핵심에 자율주행트럭, 버스 그리고 온디멘드 무인차량이 있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전 세계 최고인 한국도 최근 기사 수 부족 등으로 인해 지방 대중교통의 유지 및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자율주행 도입에 적극적인 한국도 지자체 단계에서는 개별적인 실증 실험이 활발하지만 교통정책의 수립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제 정부나 지자체도 도심교통정책을 수립하면서 자율주행 방식을 어디에 어떻게 도입해서 어떤 효과를 도출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심각한 저출산으로 지방 대중교통 유지에 어려움을 앞둔 한국에게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정병욱 코트라 함부르크무역관 과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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