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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일 통화스와프 8년만에 복원, 내친김에 미국과도

한국과 일본 재무장관이 7년 만에 만나 외환시장 안전판인 통화스와프 계약을 다시 맺기로 했다. 미국달러화로 100억달러 규모로, 계약기간은 3년이다.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복원된 양국의 경제협력관계가 화이트리스트 복원에 이어 통화스와프 체결까지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7월 20억달러 규모로 시작해 2011년 말 규모가 700억달러까지 늘었다. 그러나 이듬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전환점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되면서 그 규모가 줄었다. 이번 계약 규모 100억달러는 2015년 양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만료될 당시와 같은 규모다. 당시 규모를 준용해 통화스와프 재개에 나선 것이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09억8000만달러(5월 기준)로, 안정적인 편이다. 중국과 일본 등에 이어 세계 9위 수준이다. 단기 외채 등 대외건전성 위험도도 낮다. 단숨에 700억달러 복원을 욕심낼 이유가 없다. 이번 스와프 체결은 당장의 외환시장 안정 효과보다는 지난 8년간 멈춰섰던 외환 협력의 물꼬가 트였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한일 경제 협력이 바야흐로 경제·금융 분야로까지 넓어질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외환비상금 수준은 넉넉한 편이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무역적자가 15개월 연속 이어지면서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많다. 초긴축에 나선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으로 우리 기준금리(3.5%)는 미국보다 1.75%포인트나 낮다. 미국이 예고대로 두 번 더 인상을 단행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환 차익과 높은 금리를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면 국내 달러는 더 쪼그라들고 원화 약세 가속화로 외환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외화자금 조달 사정이 급해졌을 때 기축통화국인 일본이라는 달러 비상금 돈줄을 하나 더 쥐고 갈 수 있게 된 것은 그래서 다행이다.

내친김에 2021년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의 복원도 추진하기를 바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을 진정시킨 게 미국과 체결한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였다.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맺은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속하지 않았다. 지금 한국은 미국의 긴축으로 촉발된 달러 강세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미 동맹의 공고한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안전판 강화가 필요하다. 안전장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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