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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학 학과·학부 폐지 만시지탄, 추가 개혁과제 많다

대학을 학과와 학부로 나눠 운영해온 틀이 71년 만에 없어진다. 학생들이 학과나 전공 없이 입학해 2~3학년 때 전공을 고르거나 1학년 때 전과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의대는 예과 2년, 본과 4년 구분도 없어져 6년으로 통합된다. 정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가운데 ‘대학에는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폐지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칸막이 규정은 1952년에 만들어져 그대로 유지돼왔다. 이런 조항이 115개에 달한다. 없앨 것은 없애고 고칠 것은 고쳐 대학 혁신의 길을 터 줘야 한다.

정부가 이번에 고등교육법 시행령 가운데 손 본 조문이 33개다. 이 중엔 온라인 학위과정을 개설하려면 교육부 승인을 받아 첨단·신기술만 운영 가능했던 조항도 포함돼 있다. 전임교수의 주당 수업을 9시간으로 정하고 ‘학교 밖 수업’을 원칙적으로 금했던 조항도 들어 있다. 모두 시대에 맞지 않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학과·학부의 장벽을 없애 학생의 수업선택권이 넓어진 것은 환영할 만하다. 가령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 수술로봇에 관심이 있다면 컴퓨터공학뿐 아니라 해부학 등 의학 과목을 이수해 이해를 넓히는 게 가능하다. 관심도와 흥미에 따라 학년에 구애 없이 전공도 바꿀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학년 상관 없이 아무때나 전과가 가능해지면 인기 학과 쏠림과 비인기 학과 공동화, 인문학 실종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앙대는 2013년 학과제 폐지를 시도했지만 교수들의 저항에 부딪혀 없던 일이 된 적이 있다. 이젠 대학이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쟁력을 높여 살아남는 길을 찾는 것은 오롯이 대학몫이다

AI혁명과 챗GPT 등 기술과 일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대학은 산업화 시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높은 수준의 지식습득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대학의 역할에 의문을 갖는 이도 많다. 더욱이 학령인구까지 빠르게 줄어 2042년이면 현재 대입 정원 47만명보다 입학 가능인구가 31만명이나 부족해진다. 지금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수두룩하다. 대학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얘기다.

학과·학부 폐지로 그칠 일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생태계의 중추로 기능하려면 기존의 규격화된 틀에서 벗어나 기업과 지역사회 요구를 수용하는 다양한 교육의 장으로 기능해야 한다. 해외 유명 대학들은 졸업 이후에도 업그레이드 교육을 통해 취업을 돕고 있다. 정부가 제도 개선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는 네거티브제 전환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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