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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부하니 내가 더 행복하다”…3000만원 기탁 김순덕 할머니
평생을 포장마차 일, 통장 전 재산 기탁
‘못 배운게 한, 어려운 학생 도와달라’
왼쪽부터 윤풍식 서구장학재단 위원장, 김순덕 할머니, 서대석 서구청장[서구청 제공]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장학금을 내고 나니 오히려 내가 더 행복하다” 포장마차 등으로 모은 돈 3000만원을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을 도와 달라며 기부한 김순덕(81)할머니.

김 할머니의 통장에 남아있는 3000만원은 누군가에게는 크지 않은 금액일 수 있지만, 평생을 가난과 노동 속에 살아온 할머니에게는 전 재산과도 같은 돈이었다. 그가 선뜻 장학금 기부를 결심하게 된 건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1950년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김 할머니는 6·25 한국전쟁을 겪으며 더는 학교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부모님을 도와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던 탓에 차마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그 시절은 다 그렇게 살았다고 아쉬움을 회고 했다.

이혼을 하고 자녀 넷을 둔 김 할머니는 당장 먹고살 걱정에 큰딸 학교 납부금으로 모아둔 2만원으로 계림동에서 포장마차를 시작했다.김 할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전 5시까지 꼬박 12시간씩 장사를 했다. 그렇게 억척같이 번 돈으로 네 자녀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내고 틈틈이 봉사와 기부를 이어갔다.

“선행을 베풀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할머니는 자식들이 잘 풀리게 된 것도 모두 나눔 덕분이라고 여겼다. 장사를 그만둔 뒤에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받은 돈은 고스란히 모았다가 주변 어려운 사람이나 어린이 재단 등에 후원했다.

그러던 중 김 할머니는 지난해 부쩍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이제 세상을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 흘러간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다. 할머니의 가장 후회되는 순간은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학생들이 자신처럼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전 재산 3천만원이 든 예금통장을 들고 서구 장학회를 찾아가 전액을 내놓았다.

김 할머니는 “이 세상에 나와서 아무런 의미 없이 떠나면 죽어서도 눈을 못 감을 것 같다”고 밝혔다.이어 “장학금을 딱 내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며 “받는 사람보다 내가 더 오히려 행복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전 재산을 내놓은 김 할머니는 남은 시간을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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