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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사전투표 전국1등 “호남표심, 대권 바로미터”
‘단일화·코로나·선관위’ 논란 속 광주 투표현장 가다
민주당 지지세 여전히 높지만 ‘샤이보수’도 증가추세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를 찾아 마지막 유세를 펼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무조건 실력있는 이재명 후보입니다”, “정권교체, 호남이 변해야 나라가 바뀝니다”, “민주당, 국민의힘. 둘다 싫습니다” , “이번에는 투표하지 않으렵니다”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광주시 북구 신용동 제2투표소는 차분하고 한산한 분위기다. 역대급 사전투표율을 보인 광주·전남이라 본 투표는 여유로운 상황이다.

광주시 북구 신용중학교 투표소.

실제 전남지역 사전투표율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광주도 40% 후반을 기록하면서 140만명이 투표를 마쳤다.

완연한 봄기운속에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들은 어린아이와 반려견을 동반한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옷차림은 한결 가벼워졌고 마스크는 촘촘해졌다. 이날 광주·전남에서 1만5000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역대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했다. 광주 7418명, 전남 7957명이 확진됐기 때문이다.

“기표소에서는 사진촬영이 안됩니다. 사진을 지워주셔야 합니다”

한 유권자가 투표인증을 위해 기표현장을 촬영하다 투표사무원의 저지를 받았다. 사전투표에서 확진자 선거관리 이슈가 불거지면서 투표사무원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급 초박빙 대결양상.

작은 실수라도 발생하면 선거 후폭풍에 나라가 흔들린다. 만약 1% 격차라면 승자나 패자나 ‘선거불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0~40만표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면 대한민국 정치지형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선관위가 부실투표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구청 공무원인 A씨는 “투표관리관으로 투표업무를 맡게 됐다. 이날 새벽 3시에 일어나 5시부터 투표소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다” 며 “코로나와 선관위 부실 투표 문제가 터지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투표소를 찾는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 연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2030세대의 표심이 대선 향방을 가를 바로미터임을 실감한다.

투표소 곳곳에는 후보자 사퇴벽보가 붙어있다. ‘안철수, 김동연’ 후보직을 사퇴한 이들에게 투표를 하면 무효가 된다는 안내다.

선거막판 안철수·윤석열 후보의 단일화로 표심이 요동쳤다. 호남의 경우 민주당에 대한 결집현상으로 사전투표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지역정서상 국민의힘 지지를 대놓고 표현하지 못한 ‘샤이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광주북구 신용동 신용중학교에 마련된 투표현장에는 후보사퇴시 무효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서인주 기자

광주와 전남 1229개 투표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오전 11시 기준 광주 13%, 전남 13.3%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광주는 유권자 120만9206명(사전 투표 포함) 중 15만7501명이 투표를 마쳐 투표율 13%를 기록했다. 전남은 유권자 158만1278명 중 21만590명이 투표를 마쳐 13.3%의 투표율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호남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디로 흐를까?

40대 회사원 B씨는 “미워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행정경험이 풍부하고 추진력 있는 이재명 후보에게 희망을 건다” 며 “윤 후보가 되면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이 될게 뻔하다”고 말했다.

50대 사업가 C씨는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민주당 정책을 지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을 지지하기로 했다” 며 “주변 눈치 때문에 대놓고 보수후보 지지를 이야기 할 수는 없다”고 눈치를 살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영업 매장을 운영중인 40대 여성 D씨는 “1번도 2번도 모두 싫다.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 며 “같은 여성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심상정 후보에게 한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군소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구도매업에 종사하는 60대 E씨는 “당선되면 1억원을 주는 허경영 후보를 지지한다. 허 후보의 정책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틀린말이 하나도 없다” 며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는 말은 기성 정치인들이 곰곰히 생각해야 할 화두”라고 강조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청계천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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