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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명절증후군에 대처하는 남편의 자세
아내의 과로와 스트레스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

현명하고 즐거운 대처법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어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2011년에 가장 바빴던 남자, 애정남. 그는 설날에도 대한민국의 애매한 것들을 정리해주느라 참 수고가 많았다. 설날 방영된 개그콘서트 애정남 코너에서 그는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아내를 위해 남편들에게 몇 가지 지침을 내렸다. 아내가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남편이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명쾌하게 밝혀준 것이다. 해도 되는 것은 TV 보기, 아내 호출하기, 그리고 잠자기였다. 

“아니, 아내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이런 것을 다 할 수 있단 말이야?”라며 남편들이 조심스럽게 좋아하려는 순간 애정남은 반전을 꾀한다.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TV를 보되 아무리 재미있어도 큰 소리로 웃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물론 우는 것도 안 된다. 아내를 부를 수는 있지만 무엇을 가져오라는 식의 ‘배달’은 안 된다. 마지막으로 잠을 자되 베개를 베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앉아 있던 자리에서 바로 ‘불편하게’ 잠드는 것은 허용되나 본격적으로 자리 펴고 베개 베고 자는 것은 안 된다는 설명이다.

또 설날 아침에 제사 지내고 식사 끝나면 아내의 친정으로 가야 할 시간이라는 것도 정해주었다. 무엇보다 명절 지나면 산후조리와 마찬가지로 ‘명후조리기간’을 아내에게 주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많은 여성들의 박수를 받을 만한 내용이었다.

우리 학교 교수 중 한 분이 명절증후군 이야기가 나오자 본인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몇 년 전부터 아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일인 ‘전 부치기’를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전에 관한 한 장 보기부터 재료 다듬기, 부침 반죽 만들기, 그리고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전 부치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본인이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니 간단하지가 않다. 그냥 전을 뚝딱 부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최대한 효율화하고 즐거운 작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재료 다듬기에서 전 부치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일종의 프로세스 관리’를 한다.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하면 전을 부치는 동안 훨씬 편하다고 한다. 그리고 전을 부치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루한 작업이므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단다.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은 음악.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반을 틀어놓는다. 그러면 모든 과정에서 음악을 들으며 즐겁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공간을 최대한 과학화, 효율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가장 편한 자세로 전을 부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든다. 프라이팬과 전 재료의 배치가 제대로 세팅되면 준비는 끝난다. 그리고 와인을 준비한다. 전이 익도록 기다리는 동안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음악을 감상한다. 전은 낮은 불에 천천히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에 만들어진 전은 예쁜 그릇에 서너 점 담아서 아내와 함께 맛을 본다. 전을 프라이팬에서 바로 집어서 맛보는 것은 금지사항 중 하나다. 전 부치는 일을 자신도 모르게 경시하거나, 대충 하려는 마음을 갖게 될까 봐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젊은 사람은 역시 다르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는 ‘교수라는 직업이 역시 시간이 많은가 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틀렸다. 이 분은 50대 후반이며,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활동도 상당히 왕성한 ‘활동가’이다. 말하자면 ‘전 부치기’를 즐거운 작업으로 ‘승화’시키며 기꺼이 수행하는 것은 젊어서도, 그리고 시간이 많아서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명절 보내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능력이 없는 남편이라면 모범사례를 찾아 벤치마킹해볼 일이다. 조직생활에서만 벤치마킹하란 법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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