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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미담 조작’ 횡행하는 대한민국 단상
대국민 사기극·미담조작

팍팍한 오늘의 현실 반증

죽음까지 악용하는 조직

개인은 한낱 소모품 전락


지난해 8월 육군 모부대 소속 A 병장은 전역을 불과 2주일 앞두고 김포 한강 하구에서 분대원들과 잡초, 수목 제거작업 중 실족으로 물에 빠진 후임병을 구하고 자신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에 앞서 7월 말에는 제대를 한 달 앞둔 조민수 수경이 동두천 수해현장에서 시민을 구하려고 급류에 뛰어들었다가 순직했다. 국민들은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했고 대통령은 빈소를 찾았다. 정부는 훈장을 추서하고 흉상까지 만들어 전시했다.

그로부터 6개월여 지난 지금 이 ‘살신성인의 미담’이 조작논란에 휩싸여 있다. A 병장의 미담은 부대 간부들에 의해 단순 실족사에서 의사(義死)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A 병장에게 내려진 추서 진급을 취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조 수경의 미담은 조사결과를 봐야겠지만, 경찰이 그릇된 상황 판단과 현장지휘 사실을 은폐하려고 때마침 물에 빠져 구조를 기다리던 시민과 엮어 부하의 죽음을 이용했다는 정황과 증언이 나오고 있다. 만약 조작으로 드러난다면 경찰은 지도부의 잘못된 명령으로 한 번, 미담조작 논란으로 또 한 번, 사건 조작에 따른 순직처리 논란으로 또다시 한 번, 이렇게 3번 죽이는 것이 된다. 고인과 전혀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고 상황이 어떻게 진행됐건 ‘순직’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인데도 유족에게 또다시 아픔을 주게 되는 셈이다.

우리 사회가 새해벽두부터 ‘미담 조작’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미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거론해 두 번 죽인다거나, 이왕 그렇게 된 거 굳이 평가절하할 필요가 있느냐 등의 질문은 본질이 아니다. 미담 조작이 횡행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미담이 드물다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미담은 각박한 사회에 ‘한 줄기 빛’처럼 반향이 크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으로 위정자들은 여론 조작을 위해 곧잘 미담을 조작하곤 했다. 혈육을 도살한 ‘현무문의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은 당태종 이세민은 자신의 후덕함을 강조하고자 ‘사형수 390명을 석방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1년 뒤 돌아와 형을 받도록 배려했는데, 은혜에 탄복해 모두 돌아와 사면했다’는 얘기를 퍼뜨렸다.

미군은 프로풋볼 선수 팻 틸먼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아군의 오인사격으로 숨졌는데도 교전 중 동료들을 구하다 전사했다고 조작하고, 이라크전쟁 때는 전투와 무관하게 차량사고로 다친 제시카 린치 일병을 홀로 끝까지 싸우다 생포돼 고문받던 중 구출해냈다고 발표했다가 조작이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이 같은 미담 조작의 폐해는 결국 고인이나 당사자를 욕되게 하는 것은 물론 ‘진짜 미담’마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만든다. 미 영주권자가 시력교정수술까지 받아가며 입대한 가슴 흐뭇한 미담까지 깎아내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미담 조작의 논리에는 개인이 설 자리가 없다. 개인은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이런 분위기의 사회에서 개인의 인권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이런 점에서 미담 조작은 시대흐름에도 역행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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