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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통’국가정보체계 그냥 둘 순 없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이틀 이상이나 대북정보망 전체가 ‘먹통’이었던 사실이 국회를 통해 공식 확인됐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류우익 통일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 정보수뇌 4명 모두가 북한 특별방송 이후에야 김정일 사망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원 원장이 국회에서 당한 질타와 사퇴압박은 곧 국민의 현재 심정과 다르지 않다. 더 참담한 것은 북한이 5차례나 ‘특별방송’ 안내를 내보낸 두 시간 이상 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북한 아나운서의 검은 조복이 TV 화면에 들어차자 화들짝 놀라 허둥댄 안보라인을 과연 누가 믿겠는가. ‘특별방송’과 ‘중대방송’ 등 북한의 비상 방송 매뉴얼만 꿰고 있어도 이런 창피는 면했을 것이다.
이는 기강문제와 관련된다. 두 시간이면 돌발 사태로 국가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의 철저한 폐쇄성과 현 정보수급 체계상 속사정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해도 드러난 사실 판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서는 곤란하다. 현재 북한 내 휴대폰 소지자는 80만명을 넘는다. 이들이 심층권력의 움직임을 알 수는 없겠지만 북한의 방송예고가 나온 즉시 알아는 봤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나사가 빠져 있는 것과 같다. 그동안 정보요원들의 어설픈 정보수집 행태가 말썽을 일으킨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이 대북한 정보 인적 인프라를 크게 줄인 것은 분명하다. 이를 복원하는 것은 현 정부의 몫인데도 너무 게을렀다. 이른바 ‘휴민트’ 정보수집시스템의 붕괴에 눈을 감아온 결과다. 한편으론 정보기관 내부의 예비권력 줄 대기, 파벌싸움, 숙청 등으로 자멸을 부추긴 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북 정보망 재건이 시급하다. 앞으로 북한 정정의 불가측성이 한층 더 심해질 것을 고려하면 정보 책임자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정보강국 사례에서 보듯 장기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좋다. 조직 자체가 자긍심을 갖게 해야 고급인력이 물려들어 효율적인 기관으로 움직인다.
국가안보는 정권 차원이 아닌 국가존속의 대업이다. 위성이나 첨단 디지털 장비 등을 활용한 통신첩보는 미국 등 동맹국과 더 긴밀히 협조하고, 중국과의 정보협력관계는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정보는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장기간 인적 투자가 성공의 핵심이다. 연간 1조원 정도 거액 예산을 쓴다면 그만큼 효과를 내야 한다. 정권이 바뀐다고 정보인력을 함부로 갈아치우는 일은 더더욱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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