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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 낮춰잡은 朴장관 소신 통할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3.7%로 낮춰잡았다. 12일 발표한 ‘2012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하향 수정한 3.8%에도 못 미치는 전망치다. 정부가 국책연구기관보다 성장률을 낮게 잡기는 전례가 없는 일로 그만큼 대내외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또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다. 벌써부터 관변과 정치계 쪽에선 위기의 소리가 높다. 과연 박 장관의 뚝심이 통할지 두고봐야 한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환경의 위기국면에서는 일단 몸을 낮추고 살아남는 것이 좋다. 성장보다 안정에 무게중심을 두고 경제를 운용하겠다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이 경우 내년도 나라살림 적자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예산안 제출 시 4.5% 성장 목표가 0.8%포인트나 떨어지면 그에 비례해 세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통상 국내총생산(GDP) 1%포인트가 하락할 때마다 세수는 2조원 정도 덜 걷힌다. 수입은 줄고 지출이 그대로면 수지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내년 세수의 기반이 되는 올해 세수가 예상보다 늘어 세금 징수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낙관대로 상황이 따라줄지 미지수다. 민간소비증가율이 떨어지고 있어 세목의 28%를 차지하는 부가세가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수출증가 둔화로 기업의 법인세 수입 역시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돈이 나올 구멍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서 주식양도세 부과 등 자본소득세와 부자증세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실제 법제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상수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금가락지라도 내놓는 게 우리 국민들로 웬만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이 겹친 내년 정치일정이 문제다. 표를 의식한 선심정책이 기승을 부리면 내년도 예산에 이를 반영하려는 국회의원들의 힘겨루기가 치열해질 것이다. 눈만 뜨면 정쟁으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여야도 선거를 염두에 둔 지역예산 늘리기에는 한통속이다. 여야 모두 복지 확대 정책을 경쟁적으로 벌여 재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치가 경제를 흔들면 백약이 소용없다. 남미의 몰락과 유로존의 위기가 그 증거다. 박 장관의 소신을 정치권이 꺾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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