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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전 허리띠 졸라맨 뒤 전기값 인상을
한국전력 이사회가 정부와 협의 없이 10%대 전기료 인상을 전격 의결했다. 값싼 전기요금 때문에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자칫 전력 공급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전기요금은 통상 한전이 지식경제부에 인상을 요청하면 이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결정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물가 상승 부담 때문에 인상을 미적거리자 이례적으로 한전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한전 이사회 의결안을 정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요금 현실화를 통한 전력 수요 조절이 불가피한 것은 대세다.

당장 눈앞의 전력 수급이 비상이다. 올겨울만 해도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해보다 5% 이상 늘어나는 데 비해 공급은 2% 선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강추위가 집중되는 1월 중순에는 예비전력이 적정기준인 400만㎾에 훨씬 못 미치는 50만㎾ 선으로 뚝 떨어져 블랙아웃의 대재앙이 걱정될 정도다. 게다가 앞으로 5년간 전력의 공급 확대 계획이 전무하다. 공급을 늘릴 수 없다면 수요를 줄이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나 그동안 전기값이 너무 싸 난방, 냉방 등 몸에 밴 전기 과소비를 고치기가 쉽지 않다.

차제에 전력 소비 구조를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전기가 값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인식부터 심어야 한다. 우리 전기값은 원가에도 못 미쳐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력 수요 성수기가 여름에서 겨울로 바뀐 것은 상대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싼 전기를 난방용으로 주로 쓰기 때문이다. 전기값을 현실화하면 적어도 이런 과소비 현상은 막을 수 있다. 기업 부문도 마찬가지다. 산업용 전기가격이 일반 가정용의 3분의 2에 지나지 않아 기업들이 절전 시설과 대체에너지 개발 투자는 게을리 하며 펑펑 전기를 쓴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원전 14기 추가 가동 등 전기설비 예비율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계획 추진에 장벽이 많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에 대한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또 화석연료의 고갈과 원유값 상승으로 화력발전 설비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이 너무 떨어진다. 전기값 현실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전에 한전의 고임금ㆍ고복지 등 사내 허리띠부터 졸라매야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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