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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무역액 1조달러? “그래서 어쩌라고”
무역액 1조 달러 세계 7, 8위의 무역대국 등극이 얼마남지 않았단다. 조심스럽지만 주요 대기업들은 또 사상 최대치의 이익행진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또 고율의 주주배당과 함께 평균적으로 임직원 1인당 작게는 수 백만원에서 수 천만원대의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가 아프다는 게 아니다. 그 뒤에 서린 상대적 박탈감의 사회화를 말하려는 것이다. 10%대 90%의 비율에 관한 문제 같은 것 말이다. 사상 최대의 돈잔치를 바라보는 90%의 심정은 예년과 사뭇 달라졌다. 국민들은 1년 사이 조금 달라진 눈으로 동일한 현상을 보게 됐다는 뜻이다.

무역액 1조달러 시대의 뒤안길은 이렇게 대칭적이다. 씁쓸하다. 잔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한된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는 1조달러, 사상 최대 교역액,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 등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공허한 숫자로 들릴 뿐이다.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는 쓸쓸한 안내방송과 같다. 가계빚과 청년실업은 사상 최대인데, 물가는 또 들먹거리는데, 사교육비는 한 푼도 줄지 않았는데 말이다. 시쳇말로 ‘그래서 어쩌라고(So what)?’다.

타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얻은 지나친 이윤, 과도한 수수료나 이자, 노력의 결과물이 아닌 막대한 경상이익, 지대 등은 박탈감에 분노를 더하는 요소가 됐다. 공정과 절제는 그래서 중요한 도덕으로 등장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ㆍ미 FTA의 경제적인 이득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할 게 틀림없다. 이런 류의 사전학습은 FTA에 대해 시큰둥하게 만들었다. 이미 산업대국이 된 상황에서 개방경제로 나아갈수록 우리나라가 누리는 이익은 커질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 아득바득 해서라도 처리돼야 할 문제인지에 관해서는 다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야권의 FTA 반대론이 합당한 이유를 가졌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래 반대해도 상관없어’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국물이 아래로 흐르지 않고 고여 있기 때문이다. 아랫목의 온기가 차가운 윗목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은 냉소적이다. 이 정부가 들어선 이래 ‘단군이래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 만한 수많은 영광의 역사(役事)들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체감도는 낮다.

‘그래서 어쩌라고?’ 아무리 제 살을 꼬집어봐도 현실같기도 신기루같기도 한 상황에서 나온 불만인 것이다. 따라서 각종 무상시리즈로 틈새를 파고든 세력이 나타났고, 보편적 복지론에도 귀가 솔깃해진 것이다. 재정운용에 실패해 만신창이가 된 유럽의 경제위기도 먼나라 얘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OO을 점령하라’는 시위 대신 새로운 정치세력과 지도력을 간절히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갈 길은 뚜렷해졌다. 공존과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관한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다수의 국민에게도 국물이 흘러가야 한다. 이는 90%를 위한 인센티브와도 같은 것이다. 언제까지 ‘그래서 어쩌라고?’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부지런하고 인정 많으며 머리 좋은 국민들이 다시 목표를 향해 뛸 수 있도록 갈등과 분노를 다독이고 엮어내는 일은 지도적 위치에 선 모든 이들이 해야 할 일이다.

조문술 산업부 차장/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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