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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념과 노선 아리송한 야권 새판짜기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통합 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회의가 20일 정식 출범하고 진보진영의 통합진보정당 창당도 합의되는 등 야권 대개편을 위한 각 계파 움직임이 활발하다. 민주당은 당내 일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통합우선 노선을 관철함으로써 문재인의 ‘혁신과 통합’ 등 친노 세력 일부와 시민단체, 한국노총과 일부 진보세력, 박원순ㆍ김두관 등 무소속 자치단체장들을 규합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야권 통합의 헤게모니를 쥐게 된 셈이다.

또 통합진보정당을 목표로 한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의 합의는 내달 초 통합전당대회를 구상, 진보 소통합의 정치적 영향력 극대화를 통해 야권 대통합이라는 큰 물줄기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른바 대통합과 소통합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우선 야권통합의 중심세력인 민주당 내부 사정이 너무 복잡하다. 지금은 대통합 명분에 밀리고 있지만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핵심 세력들의 이해관계가 통합지도부와 충돌하고, 이미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매우 난해한 정치함수로 그 누구도 쉽게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더욱이 통합 야당은 정치에 생소한 시민사회단체와 무소속 정치인, 노조와 일부 진보세력까지 아우르고 있다. 국내 정당 사상 초유의 대형 야권의 새판 짜기 실험으로 곳곳에 암초와 난관이 잠재해 있을 수밖에 없다. 조직과 시스템에 익숙한 기성 정당과 조직화에 생소한 시민사회가 어떤 접점에서 그들의 이념과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을지 매우 흥미로운 실험인 것이다.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신드롬이 창출하고 있는 기성 정치 파괴와 새판 짜기 바람의 강도를 고려할 때 야권통합은 어떤 우여곡절을 겪든 최종적으로는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진보진영 전반을 아우르는 대통합이나 총 연대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지금은 통합 일색의 바람만 불고 있지만 이념과 정책노선의 천차만별한 편차가 선거 이후 현실정치나 정책노선에서 어떤 갈등과 난기류를 형성하게 될지, 이에 따른 국가 운영의 추이가 걱정이다. 이념ㆍ노선 불문의 통합지상주의가 몰고 올 예상할 수 없는 후폭풍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인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정치공학의 희생양으로 만드는 이합집산은 부도덕하고 정당화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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