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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녹색성장에도 우직함이 필요하다
덴마크 친환경 문화 성숙

민·관 협력속 에너지자립

국내 녹색성장 구호 불과

일상에 스며들게 노력해야



유럽인들은 기후변화를 빈곤ㆍ기아ㆍ물 부족 다음으로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경제에 대한 걱정도 기후변화 다음이다. 또 10명 중 8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녹색경제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실시된 통계 ‘기후변화에 대한 유럽인의 태도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다. 그런 유럽인들은 일상적으로 폐기물을 줄이고, 자기 고장에서 생산된 식품과 효율이 높은 전기제품을 사고, 친환경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사실 유럽의 녹색문화는 그 역사가 길지 않다. 당면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넘겼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과거 석유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북유럽 덴마크도 1970년대 오일쇼크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석유가격 회복과 함께 위기상황을 까맣게 잊어버린 여느 국가들과 달리 덴마크는 이를 에너지 자립의 계기로 삼았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건물, 수송, 난방 에너지 절약과 함께 풍력, 바이오메스 재생에너지 활용이 정부, 기업, 국민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머지않아 덴마크는 에너지 자립이라는 기적을 이뤄냈다. 덴마크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이 늘지 않았고 재생에너지가 전체 덴마크 에너지 소비의 2할에 육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해 유전의 에너지 공급도 큰 몫을 했다.

덴마크 정부는 ‘2050년, 화석연료로부터 자유로운 덴마크’라는 장기 비전도 내놨다. 이런 과감한 녹색비전에 기업과 국민도 협조했다. 국민들은 자동차 매입가격의 1.8배라는 높은 세금을 받아들였다. 자연스럽게 자전거가 덴마크 삶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자전거 길이 차로 못지않은 대접을 받는다. 세계 굴지의 덴마크 풍력발전설비 회사들은 해상 초대형 풍력발전기 설치,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지난 11~12일 양일간 덴마크와 한국, 멕시코 공동 주관으로 ‘글로벌 녹색성장 포럼(GGGF)’이 열렸다. 200여명의 정부, 국제기구, 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녹색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위에서 아래로’, 또는 ‘아래에서 위로’ 서로 협력하며 기후변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루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속적인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덴마크 총선 후 정권교체로 새 정부가 들어선 지 8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새 총리와 관계 장관들이 참여했고, 국민들의 신망이 두터운 왕세자는 손수 만찬을 준비했다. 회의 이튿날 ‘녹색 리더’ 모임이 코펜하겐 시청에서 열려 시민사회와 녹색성장의 뜻을 함께 나눴다.

우리나라는 녹색성장이라는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놓고 덴마크와 동맹을 맺었다. 글로벌 녹색성장 포럼을 덴마크와 함께 주관하기에 이르렀다. 나라 밖의 일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녹색성장’은 그 원동력을 잃는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 에너지 절약이 실제 생활에 스며들지 않는다. 녹색성장에 대한 구호가 우리의 의식주와는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이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우직하게 사는(stay foolish)’ 슬기와 지행일치(知行一致)의 의지가 녹색경제, 녹색성장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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