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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쪽에선 재벌 비판, 한쪽에선 기부금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대표를 맡았던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거액 후원금은 과연 순수했을까. 박 후보가 창설한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재벌의 지배구조 등을 문제 삼으면, 해당 기업이 아름다운재단에 기부금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그 규모가 150억여원으로 순수한 의도로만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도 “대기업 기부금이 순수한 나눔 차원이 아니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순수성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박 후보 측은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청와대 고위 공무원의 선거 개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논란은 야권 내부에서도 불거졌다. 지난달 30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민주노동당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이 이를 따졌다. 심지어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을 일으킨 론스타에서도 돈을 받았다고 추궁했다. 박 후보는 “그 돈으로 단전ㆍ단수 가구와 싱글 맘들을 지원했다”고 맞받았지만 석연치는 않다. 비록 자신의 기업을 공격했지만 박 후보의 기부 운동에 감동해 거액을 내놓았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마치 앞에서는 비판하고 뒷문은 열어놓은 꼴 아닌가. 돈은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성금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독이 될 수 있다. 돈을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판단은 현실적으로 법이나 유권자가 내릴 수밖에 없다. 곽노현 교육감은 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게 2억원을 준 것과 관련, 직무가 중지된 채 구속 기소됐다. 본인이 돈을 준 것은 선의였을 뿐 후보 사퇴 대가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나 이 역시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다.
박 후보 자신의 재벌 기부금에 대한 판단도 아전인수 격이다. 목적이 좋다고 악랄한 수단까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데 쓰면 됐지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답변은 곤란하다. 이제 더 이상 사회운동가가 아닌 이상 정치인 박원순은 달라야 한다. 전후 사정을 명쾌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민단체 후원금은 시민들로부터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 어떤 시민단체도 특정 재벌로부터 거액 후원금을 받으면 자유로운 감시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와 공직에 나서는 이들의 가치관이 적어도 평균율에 미달하는 수준이라면 신뢰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기업 대기업의 거액 연봉 사외이사를 하면서 과연 무슨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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