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주식 싸게 공급”

政·靑 교감…가능성 높여

헐값매각 논란 등 산넘어 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연일 ‘국민주’ 구애에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우리금융지주에서 쓴맛을 본 홍 대표의 ‘국민주 짝사랑’이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홍 대표는 2일 KBS1 라디오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인천공항공사 주식 49%를 서민에게 국민주로 20~30% 정도 싸게 공급하자는 정책을 발표,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도 호응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초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중간 점검하면서 인천공항 지분 일부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 청와대와 관련 부처는 “이미 홍 대표 측과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 대표의 국민주 발언은 인천공항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우리금융과 대우조선해양도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업종 내 2~3위로,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다.

‘국민주 짝사랑’ 배경으로는 홍 대표만의 가시적인 정책의 필요성이 꼽힌다.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서 세력이 취약한 홍 대표는 확실한 자신만의 마케팅이 필요했고, 국민주에서 ‘홍준표’식 서민정책을 찾았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홍 대표가 국민주 매각에 대해 개인 의견임을 강조하면서 그가 정책적 역량을 과시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모습”이라며 “최근 정치가 정쟁보다는 정책대결로 변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정부가 반대 여론에 막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인천공항 민영화를 홍 대표가 앞장서 해결함으로써 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실제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민영화의 ‘민’자만 들어가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반대 여론의 설득이 필요하다. 홍 대표의 인천공항 국민주 발언이 알려진 직후 민주당은 “국민주는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재원 확보에도 기여할 수 없다”며 매각 자체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홍 대표가 ‘국민주=서민복지’라고 주장하는 근거인 포스코와 한국전력의 과거 사례도 부담이다. 두 회사는 외환위기 전 국민주 방식으로 싼값에 주식시장에 상장됐지만, 물량 부담 등의 이유로 주가는 상당 기간 공모가 이하를 맴돌았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