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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한 비웃는 개성공단 ‘초코파이’…무슨일?
남한에서 어린이 간식거리지만, 초코파이는 북한 개성공단에서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초코파이는 성과에 대한 수당이고, 물물교환의 재화(財貨)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코파이 공급량은 개성공단의 활황과 불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천안함 폭침ㆍ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 폐쇄 위기까지 몰렸던 개성공단에서 역설적으로 올해 들어 초코파이 공급량이 급증했다.

일감이 몰려 공장이 밤낮없이 돌아가고, 야근ㆍ특근의 간식과 수당으로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초코파이 숫자도 덩달아 늘어났다.

29일 통일부가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하루에 지급받는 초코파이 숫자가 2~3개에서 최근 5~7개로 늘었다. 구 의원은 “야근을 하면 2개 더 주는 등 수당 개념으로 추가 지급한다”고 말했다. 초코파이 한 개는 북한에서 밥 두 끼 가격으로 꽤 비싼 편이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김중태 부위원장은 “최근 의류 봉제업체들의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야근도 급증했다. 주문 수량이 점점 늘어나 야근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2005년 일부 기업에서 나눠주기 시작한 초코파이는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대부분 업체의 공식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2007년 월 50만개씩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초코파이는 불과 5년 만에 10배 이상 공급량이 늘었다. 올해 초 오리온과 롯데제과 등 2대 기업이 매달 제공하는 초코파이만 413만개로, 유사 제품까지 총 600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개성공단행 초코파이의 증가는 곧 개성공단의 활황을 뜻한다.

통일부는 지난 4월 개성공단 생산액이 3073만달러로 3월에 이어 또다시 사상최고액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총 생산량은 전년 대비 26% 늘어난 3억2332만달러였고, 올 들어서도 매달 10~27%씩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A사 대표는 지난 14일 간담회에서 “봉제업체들의 일거리가 크게 늘어났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 쓰레기 양이 배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의 호황을 ‘뜻밖’이라고 표현한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직후 개성공단은 주춤했다. 정부는 5ㆍ24 조치로 개성공단의 신규투자를 금지했고 일부 기업들은 철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쟁 위기까지 고조된 연평도 포격 후에는 개성공단이 단계적 축소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가 됐다. 남북관계 경색에도 북한은 외화벌이의 창구인 개성공단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중태 부위원장은 “5ㆍ24 조치 당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주문을 망설였던 기업들도 이제는 안심하고 거래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주문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신규투자는 여전히 발이 묶여 있다. ‘5살짜리 아이에게 3살 옷을 입힌 격’이다. 우리 측 기업들은 2만5000여명의 신규 근로자 증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관계가 틀어진 남북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야근과 특근이 늘어나도 초코파이 수당에 맛을 들인 북측 근로자들은 군말 없이 응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 근로자들이 남쪽 사람들을 보면 먼저 인사를 하는 등 부드러워졌다. 개성공단에서도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 가는 길이 막히고 남북관계는 냉동(冷凍)됐어도 남북교류의 유일한 장, 개성공단은 경제논리에 따라 오늘도 성장하고 있다.

<최정호ㆍ김윤희 기자 @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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