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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기좋은 우리구>성북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로 복지사각지대 해소한다”
장일순(71ㆍ가명) 할머니는 서울 장위2동에 방 두 칸짜리 전셋방에서 몇년 째 홀로 살고 있다. 장 할머니 집은 몇 년 간 한마디로 쓰레기 소굴이었다. 방 안 가득 헌 옷과 재활용품 등을 쌓아놓은 터라 두다리 펴고 누울 공간 조차 마땅치 않았다. 플라스틱 그릇 안에는 음식물 뼈다귀가 그대로 담겨있어 악취가 진동했다. 수도 누수로 인해 보일로 가동이 중단돼 지난 겨울은 차디찬 냉골에서 겨우 버텨냈다. 마당의 수도배관을 이용해 세수만 가능한 상황으로 제대로 씻지 못해 할머니에게선 악취가 나곤 했다. 그 탓에 경로당에서도 따돌림을 당해 대인관계 기피현상까지 보이게 됐다.

할머니의 이런 안타까운 처지가 알려지게 된 것은 장위사회종합복지관 복지사의 가정방문이 계기가 됐다. 복지사가 긴급히 청소처리 협조요청을 보냈고 통장과 성북구청 관계자들이 급히 장 할머니의 집을 방문했다. 실질적인 도움은 성북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실무분과 회의에 상정되면서 이뤄졌다. 할머니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모아졌고 결국 장위2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와 주축이 돼 20여명의 주민과 자원봉사자, 구청 관계자들이 지난달 장 할머니 집 내부 대청소를 진행했다.

민지선 성북구청 복지정책과 계장은 “쓰레기를 더이상 집안에 두시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8월에는 낡은 집을 수리하는 작업도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 할머니의 사례는 성북구가 지난 5월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성한 이후 독거노인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한 첫 사례다. 성북구는 ▷굶는 사람 없는 성북 ▷자살 없는 성북 ▷고독 없는 성북 등 이른바 ‘3無성북’을 목표로 지난해 10월부터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상, 지난 5월 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성북구 관내 20개 동별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구성돼 있으며 주민, 복지전문가, 보건의료 및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467명(동별 20-30명)이 협의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성북구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공공복지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장 큰 특징은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복지가 아닌 민관이 협력해서 지역 사회 복지를 위해 애쓴다는 점이다. 공적영역에서 지원이 안되는 복지사각지대를 민간이 세밀하게 살피고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을 이끌어내 지역주민 누구나 안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설립 목적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성북구는 복지서비스 대상자의 증감률이 20%로 서울에서 세번재로 높다. 복지욕구를 가진 주민이 많고 다양한 영역의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북구는 지난해 1년간 국민기초수급 등 복지제도 신청자 중 68%만이 대상자로 선정됐다. 사례관리 262가구 중 57%가 단순정보만 제공받고 있어 가구여건에 따른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자원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복지대상자 발굴 ▷인적 물적 민간복지자원 발굴 및 육성 ▷복지 수요와 공급 간의 신속한 연계 등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 할머니 사례 이외에도 당뇨 후유증으로 시력이 저하돼 치료가 시급했던 저소득주민에게 협의체 위원으로 봉사하던 안과 의사가 수술 및 평생치료를 지원한 일도 있다. 또한 파킨슨 병에 걸린 아버지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며 결국 고등학를 중퇴한 청소년을 위해 지역 내 청소년자활지원관에서 교육을 받도록 도와 검정고시를 볼 수 있게 도운 일도 있다.

성북구는 7월 한달 동안 20개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다섯개 권역으로 나누어 실질적인 지역사회 복지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릴레이 토론회를 벌이기도 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공적영역에서 손이 못 미치는 위기상황에 처한 복지사각지대 주민을 적극 발굴, 지원하는데 민간영역이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지역이야말로 복지가 실현되는 살기 좋은 동네”라며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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