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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선진국 CEO와 우리 재벌들의 차이
한국 재벌과 억만장자인 해외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삶이 너무 다르다. 특정인을 다룬다는 지적도 있지만 호화 저택, 최고급 차 대신 월세 소형 아파트, 낡은 구두, 허름한 승용차와 자전거 이용 소식은 놀랍다. 회사돈이 아닌 개인 재산 기부도 적극적이다. 국내에 그런 재벌 예를 듣고 싶다. 편법 상속, 부동산 투기, 탈세, 회사돈 쥐꼬리 기부 등이 고작 아닌가.

금융소프트웨어기업 인튜이트의 아론 패처는 17평 아파트에 살며 1만3000원짜리 이발소를 이용한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모스코비치는 자전거 출퇴근과 항공 여행 때 이코노미스트석을 고집하고,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까지 월세를 살며 1000만원대 소형차를 이용했다. 우리의 소시민 생활과 다름없다. 그러면서 생전 전 재산 사회환원까지 약속했다. 위키디피아 창업주 지미 웨일스의 800만원짜리 현대 액센트 등 유명 CEO들의 소형차 이용도 파격이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통 큰 기부는 구문이다.

하지만 국내 재벌 총수들한테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찾기 어렵다. 수백평 아방궁과 대당 수억원대 명품차가 떠오를 정도로 부정ㆍ부도덕ㆍ탐욕의 상징처럼 비친다. 자식들의 스포츠카 구입 및 운행비용까지 회사돈으로 대고, 기업 명의의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크게 홍보하면서 개인 기부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가수 하춘화가 평생 200억원을 기부하는데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앉아서 수조원을 챙긴 총수 자제들은 개인 재산 1억원 기부도 아까운 모양이다. 비자금 조성, 재산 해외 도피, 하청업체 납품단가 후려치기도 여전하다. 최근 유행하는 반(反)기업 정서는 일부 총수 가족들의 일탈과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과 총수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내로라하는 해외 CEO들처럼 ‘부자로 죽는 게 부끄러운 일’로 치부되지 못할망정 그래도 납득할 만한 기부와 봉사를 실천해야 한다. 반기업 정서 해소와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서도 당장 변칙적인 부의 대물림을 끊고 개인 재산 기부 등 사회환원에 더 나서기 바란다.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도 진정성이 묻어나야 할 것이다. 개인 기부와 합법적인 가업상속을 촉진할 세제 혜택 및 투명한 기부금 관리 등 정부와 정치권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이러다가 한국의 자본주의 뿌리가 흔들릴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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