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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도전쟁 "해고노동자 살려" vs "희망버스 오지마"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면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올라간지 198일째, 이틀 후면 200일을 넘어선다. 85호 크레인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로가에는 해고노동자들의 단식 농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찌는 듯한 더위에 김 위원의 건강을 걱정하는 대화가 이어졌다. 광주에서도 기아자동차 노조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김위원과 해고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농성현장을 찾아온 지지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은 “아직까지는 건강하니 걱정말라”며 두손을 들어 환하게 웃어보였다.

22일 오전 8시께. 출근버스에서 내린 파란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서둘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회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은 출근자들의 명패를 일일이 확인하며 해고 노동자들을 가려내고 있었다.


반면, 영도조선소 옆 아파트단지 앞에도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김진숙 위원이 시위를 하는 크레인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해고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로 거리로 내몰린 해고 노동자들은 도로가에 자리를 펴고 단식 농성에 들어간 상황이다.

부산항을 감싸안은 영도. 이곳에는 크고작은 신조ㆍ수리 조선소들이 빼곡히 모여 바쁜 아침을 열고 있었다.

최근 영도사람들 사이에선 한진중공업 사태가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되어 있었다. 아니 면밀히 말해 ‘희망버스’와 ‘김진숙 위원’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장 큰 술자리 안주감으로 떠오른 것이다.

“와이래 쌌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노사가 합의하고 도장 찍었다는데 애먼 동네 사람들이 버스타고 몰려와서 소리지르고 싸워쌌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이가. 이번에 30일날 또 온다는데 차로 콱 막아서 절대로 영도엔 못들어오게 해야 한데이” 영도에서 선박수리업에 종사하는 김병국(62) 씨는 동료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닙니더. 잘나갈때 직원들 많이 뽑아서 돈벌다가 어려워지니까 한꺼번에 직원들을 짤랐다 아닙니꺼. 사장이 나쁜 놈이라니까예.해고된 노동자는 살려야 합니더” 동료직원 이상민(40) 씨는 강한 어조로 한진중공업측 경영진들을 비난했다. ‘동병상련’ 이처럼 영도지역 조선 노동자들의 저녁 술자리마다 단연 화두는 한진중공업 사태로 쏠리고 있었다.


영도지역 상인들이 중심이된 절영상공인연합회 사람들은 당장 여름한철 장사를 망칠까 우려하고 있있다. 연합회 유대원(65) 회장은 “30일은 한창 피서철인데 태종대 같은 영도지역 피서지를 찾는 피서객이 줄어 장사 망칠까 걱정된다”며 “여름 한철을 보고 1년을 버티는 지역 상인들은 희망버스가 오는걸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버스에 맞서 부산지역 50여개 시민ㆍ사회단체는 ‘한진중공업 외부세력 개입반대 범시민대책협의회’를 조직했다. 협의회는 20일 오후2시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출범식을 갖고 “지역경제를 죽이고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3차 희망버스 행사는 중단돼야 한다”며 “피서 절정기인 30일 희망버스 행사를 강행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보다 한발 더 나가 영도구 주민자치위원회에선 아예 희망버스가 영도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물리력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치회와 부녀회, 청년회, 해병대 전우회 등에서 참가자를 모집해 영도주민 1만여명이 당일 영도로 진입하는 영도대교에서 희망버스의 진입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지난 20일 오후 3시30분 영도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노사 양측 대표와 면담하고 영도조선소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대화하고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또 85호 크레인 앞으로 접근해 김 위원과 전화통화를 통해 “부산시민들이 대부분 김 위원의 뜻을 알고 있다”며 “이제는 내려와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허시장의 전화를 받은 김 위원은 “내려갈 명분이 없다”며 정리해고 철회를 먼저 요구해 다시한번 입장차를 분명히 했다.

한편 한진중공업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진보측 인사 200명이 오는 24일 시국선언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혀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날은 김 위원이 크레인 농성에 들어간지 200일을 맞는 날이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등 사회원로와 정동영, 이정희, 조승수, 유시민 등 야당 정치인 및 시인 도종환, 화가 이철수, 만화가 박재동 등 각계 인사 20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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