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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 달 만에 18명 자퇴…신설고에서 무슨 일이?
유모(17)양은 지금 비학생 청소년이다. 지난 5월 갑작스레 학교를 그만두게 되면서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없었다. 자퇴 당시 학교는 “벌점 누적으로 부모님과 함께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해왔다. 징계위에 참석해서도 해명할 기회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고 징계위가 끝나고 난 뒤 전화로 ‘10일안에 전학을 가거나 자퇴서를 내지 않으면 퇴학’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유양과 부모는 퇴학을 면하기 위해 자퇴서를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예고에 실기시험까지 합격했지만 이전 학교에서 자퇴사실이 알려져 입학을 거부당했다.

한 신설 고등학교가 개교한 지 석달만에 10여명의 학생들이 무더기 자퇴하면서 학생ㆍ학부모, 시민단체가 도교육청에 수업권을 침해당했다며 문제제기하면서 학생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5월 개교한 경기도 남양주시 모 고등학교에서 자퇴한 학생은 18명. 이중 10명은 건강상의 이유로 학교를 그만뒀고, 나머지 학생은 벌점이 누적돼 자퇴했다. 그러나 자퇴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호소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 학교 교칙에 따르면 ‘벌점이 80점 이상 누적된 학생은 퇴학’, 흡연 특별 규정에는 ‘흡연 및 인화물질 소지 4번 이상 적발 시 퇴학 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학교측은 이 두가지 조항을 근거로 교칙을 어긴 학생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자퇴ㆍ전학 권고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교는 퇴학 재심청구제도나 학업중단 숙려제도에 대해 전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고지한 사실이 없다. 한 자퇴 학생의 학부모는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감사결과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자 계속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했다”며 “학업중단 숙려제도나 퇴학 재심 청구 제도등 학생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왜 학교 측에서도 교육청에서도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필요하면 직접 알아 보셨어야죠’하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징계와 그 전후의 절차는 징계대상 학생의 회복과 복귀를 목표로 하며, 학교는 이러한 목표를 위해 지역사회, 보호자 등과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원거리 통학이나 질병, 적성 등으로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일부 학생의 경우 교사가 지도가 불가능할 정도여서 벌점제도를 운영해왔다”며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면서 정작 학교와는 아무런 대화도 없이 문제제기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산인권센터 관계자는 “이번 학교측의 조치를 보면, 징계사유에 대한 사전 통지, 공정한 심의기구의 구성, 소명의 기회 보장, 대리인 선임권 보장, 재심요청권의 보장 등 징계절차에서의 학생이 가지는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센터는 이번 사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는 한편, 경기도교육청에 민원을 넣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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