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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노총 준비? 어용? 협상용?
복수노조 시행 10일…92%가 상습단체 미가맹 왜



복수노조가 시행된 지 열흘이 지났다. 예상 밖에 줄줄이 이어진 복수노조 설립과 함께 양 노총에서 분화되면서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 상태의 노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두드러졌다. 복수노조가 시행되고 지난 6일까지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한 144개 노조 가운데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 노조는 133개. 대부분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서 분화된 노조로 미가맹률이 무려 92%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이들 미가맹 노조의 정체를 무엇일까. 사측 이익을 대변하는 어용노조라는 지적에서부터 노조 내 비주류 세력의 협상카드라는 추측까지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어용노조 가능성=미가맹 노조의 대부분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서 분화된 노조들이다. 144개 노조 가운데 112개가 양 노총에서 분화된 것이다. 그 비율만 77%에 이른다.

때문에 이들 중 일부는 어용노조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가맹 노조가 기존 노조에 반발해 새로운 노조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고, 조합원 수도 많지 않아 이름뿐인 노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도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어용노조가 다수 설립될 것을 우려했었다.

고용노동부 측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 노조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3노총 가입 대비=미가맹 노조 가운데 일부는 제3 노총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 노총’ 가입을 위해 설립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새노총 출범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도 인천지하철, 대구지하철, 광주지하철 등 이번에 새롭게 설립 신고서를 제출한 노조들이 제 3노총 출범에 대비해 설립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새 노총에 공무원, 공공기관, 민간제조, 민간서비스 4대 분야에 70여개 노동조합이 참여하고 있고 조속한 시일 내에 새 노총의 활동방향에 대해 전국의 노동자와 국민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설 계획으로, 새 노총에 참여하는 복수노조가 더욱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 내 협상카드용=고용노동부는 이들 미가맹 노조의 정체에 대해 노조 내부에서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설립된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들 미가맹 노조 대부분이 양대 노총에 가입된 기존 노조에서 분화했다는 점에서 기존 노조와 노선을 달리하는 세력으로 이해된다. 또 새로운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노조원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자생력을 갖춘 노조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이들 노조가 단기간 기존 노조와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설립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 노조에서 분화된 경우 경제적인 기반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복수노조를 설립했지만, 조합비를 축적해 놓은 기존 노조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노조에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복수노조를 설립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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