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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산층 하우스푸어 A씨의‘이자수렁’탈출기
40대 초반의 직장인 A 씨. 그는 요즘 잦은 부부싸움에 지쳐 있다. 결혼생활 10여년 동안 아내와 크게 부딪치지 않고 살아왔는데, ‘요즘 왜 이러나’ 한심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돈 문제가 컸다.
작년 초 A 씨의 아내는 살고 있던 경기도 소재 아파트가 팔릴 걸 예상하고 서울 변두리에 33평짜리 아파트를 덜컥 사버렸다.
A 씨도 기존 집이 안 팔리면 어쩌나 걱정하면서도 ‘설마….’ 하며 아내의 결정에 동의했다. 아파트 매입에 들어간 돈의 대부분은 은행에서 낸 주택담보대출.
기존 집만 팔리면 한 달에 70만원가량의 은행 이자 정도는 감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은행에서도 기한 내에 기존 집을 판다는 걸 전제로 대출한도를 최대한 늘려줬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원래 샀던 가격에 10% 정도 싸게 내놔도 ‘살던 집’은 팔리지 않았다.
그 집에서 빠져나가던 주택담보대출 원금과 이자는 전세를 놓은 돈으로 대충 커버했지만, 새로 산 집 대출 이자에 이런저런 이유로 끌어다 쓴 신용대출 원금ㆍ이자, 카드론을 갚아나가기엔 A 씨의 월급과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의 벌이로는 역부족이었다.
매달 대출이자를 갚는 날이면 A 씨는 전화 받기가 겁난다. 은행, 카드사로부터 ‘이자납입이 지연돼 타 기관 연체등록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를 들을 때면 화가 머리 끝까지 솟는다.
제 날짜에 대출이자를 갚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A 씨는 아내와 싫은 소리를 주고받는다. A 씨의 신용은 이제 제1금융권에서는 도저히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태까지 떨어져 버렸다.
A 씨 가정은 전형적인 중산층 ‘하우스푸어(House poor)’다. 주택을 갖고 있고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으며, 원리금 상환으로 생계에 부담을 느끼고 실제로 가계지출을 줄이는 전국의 159만여 가구 중 하나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은 오를 기미가 없는데, 손해를 볼까 두려워 기존 집을 팔지 못한 채 한계 상황에 몰릴 때까지 마냥 버티는 중이다.
A 씨는 요즘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엔 아내와 대화를 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부부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속 시원히 털어놓고 얘기 중이라고 했다. 서로 얼굴 붉히며 싸워야 할 정도로 감당할 수 없는 짐이라면 과감히 내려놓기로 했다.
우선 A 씨는 이곳저곳에서 대출받으며 만들었던 신용카드를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A 씨 명의의 카드로 이자 돌려막기를 해온 아내도 동의했다.
A 씨는 돈이 좀 모이면 고금리 카드론과 신용대출을 무조건 청산하기로 했다. 은행과 카드사에 바치는 돈으로 애들 학원 한 곳이라도 더 좋은 데 보내자고 아내와 결의했다. 가계지출은 당분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팔리지 않는 집은 올 연말까지만 버텨보고, 내년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이 안 좋으면 더 싼값에 팔아 신규로 빌린 주택담보대출 원금을 갚기로 했다. A 씨는 이를 50대 이후를 위한 가정경제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이라고 명했다.
경제부 기자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사실 필자 역시 A 씨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하우스푸어다. A 씨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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