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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닭 세일” 순식간에 15m 줄…
겁없는 생활물가…본지 주부기자 대형 마트 체험기
생고등어 한마리 6000원 입이 쩍

‘미친’ 달걀값 내려올줄 모르고

그나마 채소가격 내려 위안…


지난 한 달 사이 주부들이 내온 밥상에는 정갈한 손맛보다 발품의 노고가 더 깊게 배어 있었다. 각종 가공식품과 공산품 등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바람에 조금이라도 더 싼 물건을 찾느라 주부들이 발품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물가 인상 소식이 쓰나미처럼 밀려온 지 한 달 되는 지난달 30일, 주부들의 식탁물가를 체험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장바구니를 들었다.

서울시내 한 대형 마트를 찾아 식탁에 자주 오르는 품목 먼저 장바구니에 담았다. 가장 먼저 찾은 품목은 ‘대한민국 대표적 주말 메뉴’인 삼겹살. 지난달만 해도 100g에 1680원 하던 것이 1880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5월 100g에 1380원 하던 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2인분(400g)만 사더라도 7520원으로, 지난달(400g 5520원)에 비해 2000원이나 더 들어가게 생겼다. ‘동충하초 먹인 삼겹살’ 등 기능성 삼겹살은 100g에 2510원대로, 2인분을 고르면 1만원을 훌쩍 넘어설 정도다.

상추도 150g짜리 한 봉에 990원 하던 것이 1180원으로 두자릿수나 올랐다. 쌈채소 등 엽채류는 주마다 상품이 출하되기 때문에 비가 잦았던 지난주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관계자의 설명이 따라붙었다. 가격 변동이 예사로 있는 품목이라지만 100원, 200원이 아까운 주부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다.

발길을 돌려 생선 코너로 갔지만 짭조름한 맛으로 입맛을 당기는 고등어도 이제는 저렴한 서민 생선이 아니었다. 국내산 생물 고등어 특대 크기 1미의 가격은 5980원. 고등어를 들었다 놨다 하던 주부 김선미(40ㆍ가명) 씨는 “집 근처 다른 마트에서는 중간 크기 고등어가 4900원인 것을 보고 놀라서 이곳에 와봤는데 다들 비슷한 것 같다”며 “지난봄보다 20%는 더 오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계란은 대란 크기의 15개 기준 가격이 3880원으로, 지난해부터 계속된 오름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대형 마트의 인기 행사상품인 캔 햄도 묶어 팔거나 얹어주는 사은품 없이 비싼 몸값(?)을 뽐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1만3500원 하던 340g짜리 ‘스팸 클래식’ 3개 묶음은 1만4940원으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 그나마 채소류는 가격이 다소 내리거나 오름세가 덜해 무거운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줬다.

쓰나미처럼 덮쳐온 물가 인상의 파고를 헤쳐온 지 벌써
한 달.‘ 금(金)계란’으로 상징되는 고물가의 여파는 여전히 주부들의 장바구니를 무겁게 하고 있다. 본지의 도현정 기자가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 마트에서 계란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

대파와 당근을 장바구니에 담고 아이들을 위한 과자와 수박, 우유, 요구르트 등도 간단히 장만했다. 매장에서 상품을 들었다 놨다 하기를 수차례. 필요한 상품만 최소한 계획구매한다는 쇼핑원칙을 지켰지만 메모지에 적힌 지출비용은 이미 6만1000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각종 생필품이 쓰나미처럼 무더기로 치솟던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두자릿수 이상 비용이 늘어난 셈이다.

장보기가 끝날 무렵인 오후 3시께 정육, 수산, 과일 코너 곳곳에 긴 쇼핑카트 줄이 이어졌다. 오후 4시부터 마트 직원이 “선착순 50명 생닭 세일”을 목청껏 외치자 인근 매장에서 쇼핑하던 주부 20~30명이 순식간에 15m 정도의 긴 줄을 만들었다. 장바구니와 카트로 자리를 잡아둔 뒤 ‘1+1 덤’ 행사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메뚜기형 쇼핑객도 여럿 목격됐다.

행사 1시간30분여 전부터 이미 대기하고 있던 주부 신영란(56ㆍ가명) 씨는 “ (값을) 깎아준다는데 이 정도도 못하느냐”며 “시간 있으면 얼른 줄 서라”고 기자에게 줄서기를 권유했다. 고물가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 주부들의 현주소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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