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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럭시S 2’ 디자인한 방용석 책임 “스마트폰에 빛을 담고 싶었다”
책상 위에 놓인 각진 다이어리의 ‘정갈함’, 스위스 인터라켄 호수의 장엄한 ‘빛의 산란’은 도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영감(靈感)’을 찾기 위해 세상 곳곳의 산, 바다, 강을 돌아다녔다. 시계쇼, 주얼리쇼, 가구쇼 등 전시회란 전시회는 다 가봤고, 길거리 쓰레기통 조차 허투루 보지 않았다. 점차 느낌들이 쌓여갔고, 결국 차가운 IT 기기에 따뜻한 생명을 불어 넣는 디자인 콘셉트를 발견했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 2’를 디자인한 무선사업부 디자인그룹의 방용석(38) 책임이 산고 끝에 찾아낸 ‘갤럭시S 2’의 디자인 콘셉트는 다름 아닌 ‘빛’이었다.

“컨셉트 잡는데만 4개월이 걸렸고, 이후에도 담금질(수정 작업)을 1년 가량했다. 스위스 인터라켄 호수의 웅장함, 그리고 깊이 있으면서도 잔잔하게 퍼져 나가는 빛의 산란을 이용해 고급스러움과 신비함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사물에 빛이 비춰지면 생기는 명암, 그리고 반짝임들을 이용해 ‘갤럭시S 2’를 더 스마트하고 슬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갤럭시S 2’의 뒷면에 채택된 금속질감과 직물패턴의 하이퍼스킨은 일출이 시작될 때 빛이 파도에 산란하며 반짝이는 모습을 담기 위해 평평한 형태가 아닌 3000여개의 다이아몬드 모양 패턴으로 구성했다.

그는 “미끄러지지 않고, 흠집이나 지문이 남지 않아야 했다. 공기와의 접촉 면적을 넓혀 제품이 얇아지면서 생기는 발열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콘셉트가 빛이라면 전면부는 여기에 노트, 다이어리의 단아한 느낌을 덧씌웠다. 방 책임은 “전작 갤럭시S 보다 스마트해 보여야 했다. 어느 순간 책상 위에 다이어리가 눈에 들어왔는데 굉장히 깔끔하더라”며 “수퍼 아몰레드 플러스의 와이드한 화면을 부각하기 위해 좁은 베젤 디자인도 함께 채택했다”고 말했다.

‘갤럭시S 2’의 디자인은 단순히 느낌으로만 완성된 것이 아니다. 철저한 분석과 시장조사도 가미됐다. 먼저 연필보다 얇은 8.9mm의 초슬림 디자인을 적용한 ‘갤럭시S 2’는 5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에 비해 1mm나 두꺼운 800만화소 카메라 모듈 적용이 최대 난제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 결국 카메라 모듈을 아몰레드 화면에 최대한 가까이 붙이고 특별한 디자인 기법을 동원해 카메라를 뒷면과 평평하게 보이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넓은 화면 때문에 자칫 나빠질 수 있는 그립감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중요했다. 그는 “손이 받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수치화 해서 계산하고, 수백개의 목업(mock-upㆍ실물크기의 모형)을 만들어 실험해 본 뒤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부연했다. 4인치 ‘갤럭시S’ 이후 몇인치 제품으로 만들지, 배터리 뒷커버의 탈부착 방식을 어떻게 할지 등도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70대 30 정도로 선호하는 블랙 컬러도 똑같아 보이지만 모두 다르다”며 “고급스럽고 깊이감이 있는 색깔을 찾기 위해 국내 모든 도료 업체를 불러 직접 목업에 색을 칠해봤다”고 털어놨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만드는’ 디자이너이지만 어려운 점이 많다고 했다. 당장 더 우수한 디자인을 내놓기 위해 내부에서 선의의 경쟁을 치러야 한다. 국산 제품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가 더욱 엄격하다는 점도 머리를 짓누른다. 콘셉트가 결정되고, 첫 디자인이 나왔다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갤럭시S 2’가 출시 한달만에 공급기준으로 밀리언셀러(100만대 판매)에 오르는 등 초기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방 책임은 “‘갤럭시S 2’의 흥행을 기원하며 디자인팀 모두가 기도를 했다”며 “현실적으로 미적 부분과 기능적인 요소를 고려한 최적의 디자인을 찾기위해 수개월을 노력한 만큼 ‘갤럭시S 2’가 계속해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대연 기자 @uheung>

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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