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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숙한 세계국가 도약을 위한 과제>“콘텐츠산업 경쟁력 人文學·제조업 ‘융합’에 달렸다”
새로운 10년, 세계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

일자리 없어 취업 못하는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자리 없어 안하는 현실


창의력 넘치는 SW에 승부수

뛰어난 여성·청년인력 흡수를


‘패자부활전’ 풍토 조성해 사회통합

소비 주계층 중산층 강화 절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6대 과제’ 시리즈를 진행하며 각 분야에 화두를 던진 헤럴드경제는 올해 주제로 ‘성숙한 세계국가 도약을 위한 과제’를 선정했다. 지속 성장의 연장선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글로벌 무대에서 선진 한국의 과제를 점검하는 것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주제는 ‘새로운 10년, 세계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으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과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의 대담으로 문을 열었다. 


곽승준(왼쪽) 미래기획위원장과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우리나라가 ‘성숙한 세계국가’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콘텐츠와 금융 등 서비스산업을 좀더 진화시키고 여성 인력의 산업 활용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일과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안훈 기자/rosedale@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이하 김 원장)=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G2에 올라서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하 곽 원장)=세계의 중심은 서에서 동으로 이동 중입니다. 한국은 이런 변화 속에서 기로에 선 모습입니다. 국격을 한 단계 높여 점프하든지, 또다시 강대국 사이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 3주년 기념 ‘글로벌 코리아 2011’의 토픽도 세계 속의 동아시아였습니다.

중국은 자신을 G2라고 하면 싫어합니다. 왕지스 베이징대 학장은 국민소득이나 국방비 모두 미국의 10분의 1도 안되고, 앞으로 할 것도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미국처럼 세계를 제패하고 군림할 생각도 없다고 말합니다.

중국은 사회적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시진핑은 조화로운 중국을 내세웁니다.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할 것이고 성장률은 떨어지겠지만 기술발전은 빨리 올 것입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구로다 총재는 중국이 절대로 10%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8% 이하로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여기에 동의합니다. 민주화가 이뤄지고 기술격차가 좁아지면서 비용이 굉장히 올라갑니다. 환경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그건 선진국이 브릭스를 제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기후변화협약 등 환경규제는 상계관세나 효과가 똑같아요. 중국의 환율을 제어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라는 게 더 효과가 클 겁니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우리에게 플러스지만 경쟁력 측면에서는 어떨지 모릅니다. 미국이 가전을 일본에 내주고, 핵심부품과 실리콘밸리로 전환했듯이 일본도 한국에 가전 부문을 넘겨주겠죠. 우리가 가전을 중국에 뺏기게 되는 것도 피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가 중국에 수출 많이 하지만 이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전 세계 원자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수요자로 변하면 거기에 맞는 공급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중국이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면 대체에너지가 나오게 될 것이고요.

-김 원장=우리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향후 성장의 한계점은 무엇일까요.

▶곽 위원장=우리에게 제조업 경쟁력이 좀 있다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지난 2~3년 동안 대기업이 흑자기조 속에서 조금 안주한 경향이 있습니다. 반도체 강국이지만 메모리 중심입니다. 이건 사양산업으로 선진국이 내놓은 것입니다. 스마트 시대에는 시스템반도체가 중요한데, 우리의 시장점유율은 3% 미만입니다.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뜯어보면 문제가 많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더 해야 합니다.

또 구조적 문제는 심각합니다. 청년실업, 일자리창출 부분은 정부가 노력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과거엔 수출이 10억 늘면 일자리 24개 정도가 창출됐어요. 요즘은 8자리밖에 안됩니다. 인건비는 올라가는데 설비투자는 감세를 해주니까 과다하게 설비에 투자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김 원장=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반도체, 철강 등의 주도권이 언젠가 중국, 인도로 갈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려면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의 먹을거리로 생각하는 신성장동력 산업도 발굴해야 할텐데 잘되고 있습니까.

▶곽 위원장=우리나라 서비스산업 비중은 미국ㆍ영국과 비교할 때 크게 낮아요. 생산적 서비스산업을 보면 규제도 과도하다 싶고,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도 생깁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 못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자리가 없어서 안 하는 것이 지금의 청년실업 문제입니다.

우리가 해볼 만한 게 콘텐츠산업입니다. 종합편성채널 선정도 판을 한번 흔들어 그 분야 산업을 활발히 돌린다는 의의도 있습니다. 콘텐츠는 무조건 디바이스에 이깁니다. 지금 삼성 LG 제품이 좋다고 하지만 하이얼과 별 차이 없어요. 청년이 좋아하는 소프트웨어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우리 젊은이는 자유로운 창의능력에서 더 앞섭니다. 다만 스토리텔링이 좀 부족합니다. 여기에는 인문학 베이스가 중요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제조업과 융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래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융합입니다. 영어로 하면 하이브리드, 퓨전, 컨버전스로 세 개가 다 다릅니다. 콘텐츠와 디바이스의 융합이 이뤄지고 오퍼레이션 시스템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구글과 안드로이드가 공짜지만 나중에는 돈이 들 것입니다.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사도 손을 잡았습니다.

금융서비스산업도 있습니다. 금융위기 속에서 우리가 타격을 덜 받은 이유는 금융산업이 낙후돼서 그렇습니다. 볼커룰(Volker rule)을 적용해도, 커머셜뱅크와 IB를 나눈다고 해도 우리는 IB가 없는데 무슨 영향이 있습니까.

또 문화와 합쳐진 레스토랑 산업도 좋습니다. 젊은이는 푸드아티스트라는 말을 씁니다. 드라마만 해도 음식을 배경으로 한 것이 다 잘되지 않습니까. 식품산업, 한식 세계화 그런 것은 눈, 귀, 입이 즐거운 미래산업입니다.

-김 원장=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잘 이뤄왔는데, 향후 미래를 개척하는 데 문제는 무엇입니까.

▶곽 위원장=과거에는 배울 데가 있었지만 이제는 롤모델이 없고 우리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시기입니다. 교육제도 등을 바꿔서 조금 더 창조적으로 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끈 것은 뛰어난 교육열 등 결국은 노동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출산으로 인해 여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노동력이 우수한데 산업으로 못 오고 있습니다. 여성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OECD 국가 평균도 안됩니다. 또 여성 노동력을 늘리면 늘릴수록 저출산이 심각해지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육아ㆍ보육문제로 가급적이면 상위 70%까지는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곳이 많아지도록 보육시설 규제 완화도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이 문제는 여성가족부 등에서 담당할 것이 아니라 경제부처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친화적인 기업은 상을 많이 주고, 그런 풍토를 정부ㆍ언론과 각층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또 개방형 인력구조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적법을 1월부터 바꿔서 개방화하고 있고, 일본ㆍ중국도 우리의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우리가 G20 회의도 주재했지만, 성숙한 세계국가로 도약하려면 과제가 많습니다. 어떤 것에 신경써야 할까요.

▶곽 위원장=성숙한 세계국가가 되려면 국제사회에 기여(Contribution)가 많아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는 적은 돈으로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기 때문에 받는 사람의 기분을 압니다. 기분 좋게 주고, 어떻게 쓰면 발전하는 것이 좋은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은 우리가 비전투지역에서 해외파병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원장=집권 후반기 핵심 정책과제는 무엇이 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곽 위원장=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산층을 두텁게, 서민을 따뜻하게’, 따뜻한 시장경제입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미국ㆍ일본 등 각 나라는 중산층이 강한 나라를 만드려고 합니다. 세금을 내고, 소비하는 계층인 중산층의 확보가 중요해졌습니다.

중산층 키우기 프로젝트 ‘휴먼뉴딜’은 소득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사교육비, 주거비 등 비용을 떨어뜨려줘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서비스산업 등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적 기업 이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기업에서 일하면서 받는 복지가 최고 아닙니까.

세 번째는 원전처럼 미래 먹을거리를 구체적으로 찾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사회안전망 구축이 중요합니다. 산업화가 진전될수록 양극화가 발생하고 갈등구조가 커집니다. 선진국을 지향하려면 결국 복지국가가 돼야 합니다. 대기업이나 잘사는 사람은 내버려두면 됩니다. 세금 잘내고, 일자리 창출하면 칭찬해주고 투명하게만 하도록 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경제에서 도태되는 이들을 위한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도저히 안되면 정부가 먹여 살려야 됩니다. 그래야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김 원장=이명박 정부가 처음에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를 내세웠는데, 휴먼뉴딜을 강조하다보면서 처음 경제대통령의 이슈를 많이 잃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곽 위원장=처음 시작할 때부터 내세운 것이 따뜻한 시장경제입니다. 기업을 가보면 우리 정부가 들어와서 좋아졌다고 합니다. 경제의 중추는 민간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도 민간기업에서 창출되고, 점점 기업의 역할이 한국경제에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기고 하는데, 애플 모델처럼 윈-윈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잘돼야 애플이 잘되듯이 필요에 의해서 계속 좋아질 것입니다. 너무 인위적으로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흐름을 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봅니다.

정리=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공동기획 : 헤럴드경제ㆍ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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