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무명의 신인이 몇 개월 후에 미국의 주류 음악 시장에 스타로 떠오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어셔(Usher)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히트 앨범 뒤에는 한 사람의 든든한 조력이 있었다. 네이트 ‘데인저’ 힐스(Nate ‘Danja’ Hills)는 현재 팝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프로듀서 중 하나이다. 특히 그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드’에서 2년 연속으로 ‘최우수 댄스 레코딩’ 부문을 수상하며 역량을 공인받은 바 있다.
힐스가 ‘2015 서울국제뮤직페어(이하 뮤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그는 6일 ‘뮤콘’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뮤직 콘퍼런스에 기조 연설자로 나서 ‘음악 프로듀싱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강연에 앞서 그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힐스는 “프로듀서는 아티스트의 창조물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관문”이라며 “프로듀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함과 동시에 이해하기 어려운 아티스트의 창작물을 대중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힐스는 기술의 발전이 음악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은 음악을 포함해 전 세계를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기술의 발달에 따라 뮤지션과 프로듀서는 악기나 테크닉을 혼자서 습득할 수 있고, 또 공평한 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면서도 “재주가 없어도 기술로 쫓아갈 수 없는 세상이어서 재주 많은 뮤지션들이 재주를 빛내기 어려워졌다”고 장단점을 지적했다.
힐스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시장을 가장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선 듣고 싶은 음악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스트리밍만큼 좋은 서비스가 없다”며 “이제 자신의 음악을 홍보하기 위해 유명 뮤지션이 될 필요는 없고, 그저 동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노래를 스스로 녹음하면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프로듀서, 작곡가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는 음악에 대한 수익금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음악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는 아이돌은 기획사의 철저한 전략과 대규모 자본 투자를 통해 만들어지고 소비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선 아티스트보다 기획사가 음악적 특징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힐스는 “미국 주류 시장에선 매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신인을 발굴한다”며 “먼저 싱글을 만들어서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어 인지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는 스포티파이와 같은 소셜 미디어가 신인 발굴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한국 음악 시장에선 수시로 불거져도 금세 사그라지고 마는 표절 문제에 대해서도 힐스는 엄격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창작자가 샘플을 이용하거나 한 소절을 이용하려면 그 저작권자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대로 저작권을 밝히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또 해명해야하기 때문에 미국에선 표절 문제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고 했다.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힐스는 보편성을 꼽았다. 그는 “전 세계적인 음악을 하나로 소화할 수 있다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힙합, 발리우드 음악 등을 하나의 노래에 녹여내는데, 이런 방법이라면 어떤 문화권의 대중이라고 그 음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힐스는 자신의 음악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앨범으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블랙아웃(Blackout)’을 꼽았다. 그는 “이 앨범을 계기로 어두운 분위기의 팝 음악이 탄생했고 지금 유행하는 힙합, 팝 음악의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자부한다”며 “이 앨범을 작업할 때 팬들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주 소통했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로 4회 째를 맞은 ‘뮤콘’은 6일부터 오는 8일까지 사흘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