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얘네들 ‘오방간다(기분이 좋은 상황을 가리키는 은어)’는 소리를 듣고 싶었어요.”

그룹 빅뱅이 3년 만에 돌아왔다. 미니앨범 ‘얼라이브(Alive)’ 이후 오랜 만에 하나로 뭉친 빅뱅은 ‘메이드 시리즈(MADE Series)’라는 이름으로 컴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빅뱅은 오는 8월까지 4개월 동안 매달 ‘M’, ‘A’, ‘D’, ‘E’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 싱글을 발표하고 9월에는 이를 토대로 완성된 앨범 ‘메이드(MADE)’를 발표할 계획이다. 빅뱅이 지난 1일 내놓은 첫 결과물인 신곡 ‘루저(Loser)’와 ‘배배(Bae Bae)’는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석권하며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 승리를 만나 신곡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빅뱅 “얘네들 ‘오방간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승리는 “다섯 멤버가 모두 뭉친 게 3년 만인데, 너무 오래 팬들을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며 “이번에는 국내에서 많은 활동을 벌여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드래곤은 “이제는 멤버들의 장점만 선택에 하나로 섞을 수 있는 단계가 된 것 같다”며 “멤버들이 그동안 각자 다양한 활동을 벌이면서 많은 음악적 능력을 키웠기 때문에 리더로서 앨범을 만드는 일이 한결 수월했다”고 덧붙였다.

‘루저’와 ‘배배’는 국내 음원 차트를 넘어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루저’는 지난 1일 오전 0시 공개 홍콩, 인도네시아, 마카오, 말레이시아, 필리핀, 루마니아, 싱가포르, 태국, 대만, 베트남 등 10개국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또한 이 곡은 팝의 본고장인 미국의 아이튠스 차트에서도 37위까지 오르며 빅뱅의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케 했다.

빅뱅 “얘네들 ‘오방간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지드래곤은 “K팝은 높은 완성도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빌보드 등 해외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일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곡들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창법에 있어서 기교를 빼고 감정에 충실했고. 가사 역시 담백하게 써서 들리는 대로 곡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태양은 “우리 세대에겐 빌보드 차트 등 해외 차트에 오르는 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가 아니다 전보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빅뱅의 컴백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은 성적인 코드를 담은 ‘배배’의 가사와 뮤직비디오이다. “피가 한쪽으로 또 쏠렸어 네게” “너와 몸이 완전 착착 감기네” “찹쌀떡 찹쌀떡 궁합이 우리 우리 궁합이” 등의 가사를 비롯해 뮤직비디오 속 찹쌀떡 두 개가 충돌하는 장면 등에 대해 팬들과 누리꾼들은 나름의 해석을 내놓으며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드래곤은 “모든 부분을 드러내 보일 때보다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게 더욱 자극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뮤직비디오를 반복해서 볼 때마다 다른 상상을 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의도를 전했다.

‘루저’는 ‘외톨이’ ‘겁쟁이’ ‘쓰레기’ 등 자조적이면서도 염세적인 가사로 이목을 끌었다. 지드래곤은 “또래에 비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화려한 무대 뒤 느끼는 외로움은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이다. 우리도 꼬집으면 아프고, 슬픈 걸 보면 우는 똑같은 사람인데 가진 단지 직업이 다를 뿐”이라며 “우리가 택한 직업은 가수이기 때문에 각자 주어진 상황과 경험을 바탕으로 두고 가사를 썼다”고 설명했다. 탑은 “우리 역시 마음이 지옥 같을 때가 있고, 이유 없이 우울한 순간이 찾아올 때도 많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침울하기도 하고 자신감이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노래로 공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빅뱅은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았다. 탑은 “멤버들끼리 더 이상 멋이 없어지는 순간이 오면 활동을 그만두자고 이야기한 일이 있다”며 “활동을 위한 활동을 하진 않을 것이다. 멋있다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활동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드래곤은 “9월에 발표할 정규 앨범에 대해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며 “앞으로 발표될 모든 곡들의 스타일들은 저마다 다를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