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연준은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주요 이유로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관세의 영향은 예상보다 크고,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며 금리 조정은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이로써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이번 금리 동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본격 발효한 뒤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준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더 커졌으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지향해 온 ‘최대 고용’과 ‘2% 물가 안정’이라는 양대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율 관세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기업의 고용 여력을 떨어뜨리는 ‘엇갈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워낙 돌발적이고 방향을 알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자고 일어나면 품목 관세가 터져나오는 식이다. 미·중 관세협상이 이번 주말 예정돼 있지만 트럼프는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먼저 철회하는 일은 없다고 해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더 우려스러운 건 트럼프가 통상 협상의 범위를 통화정책으로까지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만 달러가 급등하고, 아시아 통화 전반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이 사실상 환율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거 ‘플라자 합의’처럼 통화가 외교적 협상 수단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도 이런 외풍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 변동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의식한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1300원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불확실성이 언제 다시 시장을 흔들지 알 수 없다. 여기에 우리 경제는 이미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기록했고, 내수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자영업자 폐업은 1분기에만 40만 건에 달했다. 고금리 부담과 물가 상승에 이어 트럼프발 관세 충격까지 현실화되면 경기 하방 리스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한 금리 조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 환율의 변동성, 내수 침체 등 여러 리스크를 고려해 전방위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