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산업 활동을 촉진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하며, 고용은 기업 생산성 제고에 더해 근로자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우리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반도체·AI(인공지능) 같은 첨단분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 기업의 투자나 일자리 창출이 갖는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업이 국내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근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같은 통상 환경 변화와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증가가 불가피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는 경쟁국보다 규제는 강하고 지원은 부족해 과감한 국내 투자가 쉽지 않다.

낡은 고용노동법제, 기업 관련 과도한 세부담 및 배임죄와 중대재해처벌법 같이 우리 법 전반에 만연한 기업인에 대한 형사 처벌 등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제한한다.

특히 산업화 시대의 틀을 벗지 못한 고용노동법제와 불안정한 노사관계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투자·고용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반도체 같은 첨단분야는 신상품·신기술 개발에 단기간 집중 근로가 필요하며, 제품 개발이 조금만 지체돼도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음에도, 현 근로시간제도는 업종·직무와 상관없이 주 52시간으로 운용되고 있다.

연공형 임금체계 역시 생산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보상의 공정성과 근로자 동기부여를 저해하여 기업 혁신을 제약한다. 갈등적 노사관계는 국내 투자를 주저하게 하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받는다.

기업을 둘러싼 최근 입법 환경 역시 우려스럽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까지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 같이 기업 경영이나 산업 생태계에 큰 혼란이 우려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기업 여건, 청년 고용을 충분히 고려치 않는 정년 연장 입법도 논의되고 있다.

우리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려면 기업이 확신을 갖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나 징벌적 입법은 자제하고, 기존 법·제도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투자와 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주는 전향적인 지원 대책도 시급하다.

특히 국내 투자·고용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노동시장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우리 고용노동법제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되면 기업은 안정적으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고, 근로자도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노사관계 안정 역시 중요하다. 근로자는 불필요한 파업 자제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은 투자 및 일자리 확대를 통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사 대타협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기업과 근로자가 상호 이익과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해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지를 심도 있게 고민하여 노사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경험했듯이, 노사 대타협은 국가 위기 극복과 사회 갈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 모두 힘든 시기이지만 경제 회복과 사회 안정을 위해 노사부터 뜻을 모아야 한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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