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한날 물러나면서 국정 서열 4위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역할까지 떠맡게 됐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가 줄줄이 공석이 되면서 바로 아래 서열인 사회부총리가 ‘1인 3역’을 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모두가 우려했던 ‘대대대행 체제’가 현실화한 것이다. 교육 전문가이자 사회부처를 총괄해온 사회부총리가 외교·안보·경제 등 국정전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떠안으면서 대통령 탄핵에서 비롯된 권력 교체기의 혼란스러운 국정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발 관세전쟁에 맞설 통상 전략가로 첫손에 꼽힌 한 전 총리와 차기정부 출범을 염두에 둔 ‘한·미 7월 패키지 딜’의 설계자인 최 전 부총리가 동시에 사퇴한 날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1.7%에서 0.7%로 1.0%포인트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연간 0.7% 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4.9%), 1980년 오일쇼크(-1.5%),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수치다. 연구원은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된 불황이 만 1년이나 지속 중인 상황임에도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보이지 않는 데다,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인상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이어서 한국 경제에 긍정적 시각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트럼프발 관세는 이미 한국 수출에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 4월 대미수출은 자동차·기계·반도체 등 톱3가 무너지면서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대미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자동차는 16.6%나 줄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8.1% 증가하며 성장률을 견인했던 수출이 올해는 4.0% 감소로 전환될 것으로 봤다. 한국 경제가 불황 국면에서 탈출하는 전형적인 경로는 수출 경기 호조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이지만, 올해 교역 환경의 급격한 악화로 수출의 경제 성장 견인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는 현실을 모를지 않을 국회 제1당이 고질병인 탄핵카드 남발로 초유의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을 초래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하락을 막겠다고 그토록 강조하던 한 전 총리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본격화한 시점에서 대선출마를 위해 자진사퇴한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6·3 대선까지 한달간의 과도기에 정치권이 엄중한 상황에 놓인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