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EPA]
수돗물. [EPA]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가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일(현지시간) USA 투데이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하원은 상원에서 27대 9로 찬성한 지 2주 만인 지난달 29일, 88대 27로 법안 ‘SB 700’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수돗물에 ‘수질 첨가제’로 인정되지 않는 화학물질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질 첨가제’는 공공용수의 수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화학 물질을 말한다. 사실상 불소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대니 알바레즈 하원의원은 “자유로운 미국인이자 플로리다 주민이라면 자신의 몸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CNN에 말했다.

이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면 플로리다는 유타주에 이어 불소 사용을 금지하는 두번째 주가 된다. 유타주는 3월 29일 미국에서 최초로 불소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불소 반대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각 회의에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소 노출과 지능 저하 사이에 직접적인 역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타주의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케네디 장관은 불소가 ADHD,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지능 저하 등 다양한 건강 문제의 원인이라며 미국 내 불소 논란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불소를 제거하도록 모든 미국 수도 시스템들에 권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건강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에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특히 미국 과학 아카데미, 공학 아카데미, 의학 아카데미, 미국 치과협회는 케네디 장관이 인용한 연구에 방법론적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브렛 케슬러 미국 치과협회 회장은 “케네디 장관처럼 정부 관료들이 잘못된 정보에 대한 논평을 옹호하고 심사평가를 거친 연구를 불신하는 것은 공중 보건에 해롭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수돗물에 지난 80년간 불소를 첨가해왔으며, 이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세기 10대 공중보건 업적 중 하나로 꼽는 성과다. CDC에 따르면 불소는 마모로 인해 손실된 미네랄을 대체해 치아를 강화하고 충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미국치과협회(ADA)와 미국소아과학회(APA) 등 주요 의료 단체들도 구강 건강 증진을 위한 방법으로 수돗물 불소화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 치과협회는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것은 “안전하고, 비용 효율적인” 공중 보건 조치라며, 어린이와 성인의 충치를 25%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타주를 시작으로 플로리다주가 뒤따르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불소 제거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SA 투데이는 “불소에 대한 이점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압력으로 점점 더 많은 수도 회사가 이 관행을 중단하면서 미국에서 불소에 대한 지지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b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