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영화제로 대전환…亞 영화 14편 선정
개·폐막식 연출엔 민규동 감독이 담당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오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되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가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을 필두로 세대교체를 하면서 중남미와 유럽을 담당해 온 박가언 프로그래머가 수석 프로그래머로 새롭게 합류한다.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박광수 이사장, 정한석 집행위원장,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번 간담회는 부국제의 경쟁 영화제 전환에 대한 의미와 섹션, 시상 부문의 변화 등 주요 세부 계획이 공개됐다.
박광수 이사장은 “자문위원 중에 30년간 똑같은 유지된 영화제의 포맷에 지루한 느낌이라 패턴을 바꿔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그래서 경쟁 영화제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시아 영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소개하는 한편, 세계 영화계에서 아시아 영화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경쟁 부문은 약 14편 내외를 선정해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을 비롯한 주요 상영관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선정된 작품들은 엄정한 심사를 거쳐 폐막식 때 시상된다. 심사위원 선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또한 경쟁 부문과 비전 부문에 상영되는 데뷔작 감독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심사위원단이 한 편을 선정, 뉴 커런츠상(New Currents Award)을 수여한다.
부국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축소됐던 공식 상영작 편수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회복해 영화제 본연의 풍성함과 다양성을 되찾고자 한다. 팬데믹 이후, 점진적인 회복을 이어온 영화제는 지난해 63개국 224편의 공식 상영작을 상영하며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올해는 제30회를 맞아 상영작 규모를 약 240편 내외로 확대할 예정이다.

개막식과 폐막식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박 이사장은 “올해부터 신설된 경쟁 부문과의 연계를 강화해 폐막식은 경쟁 부문 시상식을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별도로 폐막작을 초청하는 대신 대상 수상작을 폐막작으로 선정해 시상식에 이어 상영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개·폐막식 연출은 영화감독 민규동이 맡는다. 박 이사장은 “지난해까지 개막식과 폐막식의 무대 연출 역량이 미약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폐막식에서 경쟁 부문 시상식이 진행되는 만큼 개·폐막식을 총괄할 수 있는 민규동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 신임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갑론을박이 있었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의 개막작 초청과 관련해선 “한국 영화가 위기라 이런 질문이 영화계에 얼마나 시급한지, 영화제로서도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OTT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분은 거의 없으실 거다. 나처럼 보수적인, 극장 영화만 봐왔던 시네필(영화광)도 OTT를 매일 밤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콘텐츠 문화에 폭넓게 이미 자리 잡은 OTT를 아예 외면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과 풍성함, 폭넓음을 추구해야 할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런 건 특히 더 이상한 일”이라며 “향후에도 OTT 작품이라 해서 무조건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고 작품의 중요도와 질을 중심에 놓고 올해 영화제를 진행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실 작년은 상황의 특수성이 있었다. 개막작이었기에 더 이견을 제기하신 분들이 있었는데, 개막작이 영화제 전체를 상징하진 않는다. 딱 한 편만 중요한 작품이 된다면 그 영화제가 옳지 못한, 실패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부국제가 개막작을 마치 영화제 전체의 상징물인 것처럼 홍보해 온 것도 사실”이란 과오를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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