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KB선도아파트50지수 3.42% ↑

토허구역 해제 번복 불안심리 자극

‘살 수 있을때 사자’ 늘며 상승 견인

전문가 “한해 상승분 대장단지 몰려”

#. 지난해부터 송파구 잠실의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알아보던 A씨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후 가격이 순식간에 수억원씩 오르자 조급해졌다. 한달 만에 송파구가 다시 토허제로 묶인다는 정책이 발표되자 부동산 사장님들로부터 ‘다시는 없을 가격의 급매’라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는 남편을 설득해 급하게 잠실엘스 아파트 계약서를 썼다.

정부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을 풀어줬던 지난달 고가 아파트 단지 가격이 5년 여만에 최대치로 상승했다. 2020년 이후 토허구역으로 묶였던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에 ‘갭투자(세 낀 매매)’가 허용되자, 돈과 집이 있는 사람들이 서둘러 매수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재지정 직전 일부 값이 떨어진 매물이 나오는 등 가격 오르내림이 있었지만, 규제 번복 경험에 따른 “살 수 있을 때 사자”는 학습효과가 앞으로도 시장 흐름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24일 KB부동산의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108.8을 기록해 전달 대비 3.42% 상승했다. 3.42%의 상승 폭은 지난 2019년 12월 이후 5년 3개월만 최대치다. 2019년 12월은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급등이 나타나면서 같은 지수가 한달 새 3.86% 상승해 76.4를 기록했었다.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매년 말 기준 시가총액 50개 단지의 아파트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이다. 따라서 그 해의 대장 아파트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한달여 새 토허구역 해제와 재지정이 나타났던 잠삼대청이 속한 강남구에선 13개 단지, 송파구에선 12개 단지가 속해있다. 토허구역 해제 당시 강남과 송파에서의 이주 수요로 함께 집값이 밀려올라갔던 서초구에서도 7개 단지가 이 지수에 포함된다. 대표 아파트 50개 단지 중 32개(64%)가 강남3구로, 해당 지수의 이례적 급등이 지난달 이 지역에서 고가 거래가 잦았던 것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이른바 대장아파트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 지수는 2021년 말까지 꾸준히 오르다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2022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후 오르내림을 거듭하다가 고가 시장에서 부동산 가격 반등이 나타난 2024년 4월부터 12개월 연속 상승을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은행별 대출 규제가 일시적으로 완화된 지난해 여름, 최고점을 회복하는 등 급등세를 탔다. 2024년 8월 전달 대비 2.46% 상승한 99.2를 기록하더니 9월부터 100을 넘겨 꾸준히 상승했다.

KB 선도 아파트 50개 단지는 지난해 말 갑작스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나타난 전국적인 ‘거래 절벽’에서도 위기를 피했다. 오히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며 가격이 더 올랐다. 1월 104.4, 2월 105.2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지난 3월 KB 선도아파트 50지수가 급등한 원인으로 토허구역 해제 번복 등 ‘불안정한 제도’를 꼽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2~3월은 토허제로 인해 집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불안했던 시기”라며 “무리하게 오버슈팅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대장아파트 가격 상승은 그 결과”라고 진단했다.

실제 서울 곳곳에선 이를 입증하는 후기도 심심찮게 존재한다. 최근 강남권의 대규모 단지를 구매한 신혼부부 B씨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한 후보군이 송파구의 헬리오시티, 동작구 흑성동의 아크로리버하임 등이었다”면서도 “그래도 강남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는 생각에 방배동의 대단지를 급하게 구매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규제가 오락가락하는 동안, 고가 아파트와 아닌 곳의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는 점이다. 실제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5분위(아파트를 가격 순으로 5등분 했을 때 상위 20%에 해당하는 주택)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전달 대비 약 7000만원 오른 28억2912만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국의 1분위(하위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오히려 20만원 가량 떨어져 1억1573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5분위 아파트는 전국 1분위 아파트의 24.4배로, 이 역시 사상 최대치다.

김 소장은 “지금은 전국적인 상승장이 아니다”라면서 “토허제를 풀었다 묶었다 하면서 한 해동안 오를 상승분이 대표 단지들에 비정상적으로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KB선도 아파트 50은 부동산 시장 쏠림이 심화하면서 진작부터 강남권으로 편향되고 있다. 서울 수도권 외엔 제2의 도시인 부산에서조차 단 1개의 단지도 50개 대표단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또 서울 중구의 남산타운아파트와 마포구의 성산시영이 제외된 대신 서초구의 래미안원베일리, 서초그랑자이 등이 이름을 올리며 강남3구와 용산구 소재 단지 비율이 70%까지 급등했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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