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접목, 사람개입 최소화하는 선박

인적과실 막고 최적경로 운항해 효율성↑

2032년 세계시장 규모 1805억달러 전망

정부 “2040년 완전 자율운항선박 상용화”

국내 대표 기업들 기술력 확보 실증 추진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거나 판도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기술, 제품, 인물, 기업, 서비스 등을 뜻하는 말입니다. 산업은 기술의 총화(總和)라고 합니다. 특히 시대가 흐를수록 ‘게임’을 ‘체인지’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의 선점력이 그 기업, 그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헤럴드경제는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전세계 산업 구도를 재편할 수 있는 ‘넥스트 게임체인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발·상용화하기만 하면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기술들을 연속해서 소개합니다.

HD현대 아비커스의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이 적용된 에이치라인해운 선박  [HD현대 제공]
HD현대 아비커스의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이 적용된 에이치라인해운 선박 [HD현대 제공]

자율운항선박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며 글로벌 조선·해운 산업의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이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운항 시스템에 접목해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선박을 뜻한다. 궁극적으로는 무인화까지 실현할 수 있어, 안전성과 경제성까지 두루 갖춘 미래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2032년까지 세계 시장 규모는 180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율운항선은 ‘바다의 테슬라’로 불릴 만큼 해상 운송의 패러다임을 바꿀 전도유망한 미래 기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자율운항선박 상용화, 업계 패러다임 전환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부분 자율 운항 선박’과 ‘완전 자율 운항 선박 시장’으로 구분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자율 운항 선박 자율도 단계 구분에 따르면 ‘레벨 1’은 자동화된 프로세스를 갖추고,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선박이다. ‘레벨 2’는 선원이 탑승하고, 원격 제어가 가능한 선박, ‘레벨 3’는 선원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 제어가 가능한 선박이다. ‘레벨 4’는 선박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는 완전 자율 운항 선박이다.

이 중 완전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는 조선업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우선 기존 선박 설계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선박 구조 및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디지털 트윈, AI 기반 제어 시스템, 스마트 통합 솔루션 등의 기술이 도입된다. 여기에 조선소와 선사의 협업 방식도 변화하며,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서비스가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선원의 인적 과실에 의한 해양 사고를 방지하고, 최적 경로를 운항하는 등 선박 해운 업계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선 향후 5~10년 내에 단계적인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초기에는 연구 선박과 연안 운항 선박을 중심으로 실증이 이뤄지고, 이후 국제 항로를 포함한 대형 선박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스마트 자율운항 기술은 선도국(유럽연합) 대비 88.4%에 달한다. 이는 약 1.6년의 기술 격차가 나는 수준이다. 정부는 선제적 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 지난해 ‘K-조선 초격차 비전 2040’을 발표했다. 여기엔 2040년까지 완전 자율운항선박을 상용화한단 목표가 포함됐다. 이를 위해 무인 항해에 필요한 센서, 기자재, 통합 운영 시스템 등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선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이 2012년부터 선박 자율운항을 위한 ‘무닌(MUNIN, Maritime Unmanned Navigation through Intelligence in Networks)’ 프로젝트를 추진해왔고, 일본은 MMS(Mitsui Ship Maneuver Control System) 및 SSAP(Smart Ship Application Platform)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 운항 제어와 표준화를 위한 개방형 플랫폼 구축을 이어왔다.

HD현대 계열, 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 속도

국내 주요 기업의 기술 개발 현황을 보면, HD현대는 다양한 계열사를 통해 자율운항 선박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HD현대 내 자율운항 연구실로 출발한 자회사 아비커스는 AI 기반의 비전 인지와 센서 융합 기술을 바탕으로 선박 조종제어, 충돌회피, 최적 경로 계획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2020년 4월엔 대형 상선에 탑재하는 항해 보조 시스템을 최초 개발했고, 2022년 6월에는 자율운항 기술을 활용한 대형 선박의 대양횡단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을 상용화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레저보트 분야로도 자율운항 기술력을 넓혔다. 2022년 10월 세계 최대 보트 쇼 ‘포트로더데일(FLIBS)’에서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2단계 솔루션 ‘뉴보트(NeuBoat)’를 선보였고, 2023년에는 레저보트용 자율운항솔루션 ‘뉴보트 도크(NeuBoat Dock)’를 공식 출시했다. 2024년에는 아비커스와 HD한국조선해양이 한국선급(KR)으로부터 ‘자율운항을 통한 연료 절감 평가 방법론’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받았다. 같은해 11월에는 아비커스와 HD한국조선해양이 자율운항 및 원격제어 통합 실증에 성공하며 한국선급(KR)과 라이베리아기국(LISCR)으로부터 기본인증을 받았다.

HD현대의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통합상태진단솔루션(HiCBM)과 통합안전관제솔루션(HiCAMS)으로 구성된 ‘AI 선내 안전관리 패키지 솔루션’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HiCBM은 선박 내 설비의 이상징후를 찾아내고 HiCAMS는 선내 폐쇄회로(CC)TV를 활용해 안전 관련 특이사항을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분석하는 솔루션이다. 해양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 HD현대마린솔루션은 AI 기술 기반의 선박 운항 최적화 및 탄소배출 예측 솔루션인 ‘오션와이즈(OceanWise)’를 보유했다. HD현대는 미국 AI 방산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와 무인수상정(USV) 개발도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의 완전 자율운항 연구 선박인 ‘시프트 오토’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의 완전 자율운항 연구 선박인 ‘시프트 오토’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重, 완전자율운항 연구선박 출항

삼성중공업은 디지털 기술과 AI를 접목한 ‘스마트십 선박 솔루션(SVESSEL)’을 통해 자율운항 기술전에 나서고 있다. 이 솔루션은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최적 항로를 제시해 사고 예방과 운항 비용 절감에 기여하며, 해양 운송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주요 지율운항 기술은 자율항해보조시스템(SAS), 이접안보조시스템(SVISION), 고장진단시스템(CBM) 등이다. SVISION은 선박 주변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서라운드 뷰 기능을 갖춰 현재까지 100척 이상에 적용됐다.

SAS는 타선 인지 및 회피가 가능한 차세대 시스템으로, 2024년 3월 표준 스펙에 등재돼 인도 선박에 탑재 중이다. CBM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선박 장비의 이상을 조기 감지해 안정성을 강화한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 이런 기술을 통합한 최신 스마트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도했고, 이후 인도되는 호선에도 관련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완전자율운항 연구선박 ‘시프트 오토(SHIFT-Auto)’를 출항시켰다. 시프트 오토는 12인승 규모로, 자율운항연구에 최적화하도록 선체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카타마란 구조를 적용했다. 기존 자율운항선박은 장애물 식별, 우회 경로 안내 등 제한된 범위 내 실증만 가능하다. 반면 시프트 오토는 설계 단계부터 자동접·이안, 음성기반 제어 등 다양한 자율운항 요소기술을 적용해 향후 기술 확장성 측면에서도 주목받는다.

한화오션의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인 ‘한비(Hanbi)’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의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인 ‘한비(Hanbi)’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 실증 가속

한화오션은 자율운항 시험선 ‘한비(Hanbi)’를 활용해 기술 실증을 진행 중이다. 2021년 12월 자율운항시험선 한비를 개발한 이후,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시흥시, 서울대 시흥캠퍼스 등과 자율운항기술 개발과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022년 11월에는 서해 제부도 인근해역에서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해상 시험을 성공적을 마무리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 한비를 활용해 다양한 실증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자율운항 기술을 실제 선박에 즉시 탑재해 검증·보완할 수 있도록 전용 시험선을 건조하고, 이를 테스트베드로 활용 중이다. 원격 관제 센터(ROC)도 구축해 원격 제어가 가능하며, 해상 통신 등 열악한 통신 환경에서도 적은 용량의 데이터로 원격 관제가 가능하도록 디지털트윈 기반의 관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대형선박의 자율운항 솔루션 개발을 위해, 대양을 항해하는 LNG 선박에 안전운항 패키지를 설치해 시험 운항과 데이터 축적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IMO가 제정 중인 자율운항선박 규정(MASS CODE) 제정에 발맞춰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하고 미래 조선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선원 없이 완전 자율운항이 가능한 레벨 4 수준의 무탄소 추진체계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