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후보 일제 공약…시기 온도차
나경원 “열려있다”…시기상조 의견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세종행정수도’ 공약이 재부상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대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소재’인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1강’으로 꼽히는 이재명 민주당 경선후보를 비롯해 3인의 민주당 후보들이 일제히 공약으로 내놓은 데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이번 대선 후 현실화 가능성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전·충청지역 경선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일제히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은 사실상 12·3 비상계엄과 탄핵이 연상된다고 평가받는 용산 대통령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전부터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7일 충청권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고, 2019년 중단된 공공기관 이전도 조속히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경수 후보도 세종시에서 출마 선언하면서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며 “내란의 상징인 용산을 더 이상 대통령실로 사용할 수 없다. 대통령실을 이곳 세종시로 옮겨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는“세종시로 실질적인 행정수도를 완성하겠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다”며 “당선이 된다면 바로 다음 날 세종시에서 대통령 집무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세종 이전 관련 언급이 나왔다. 나경원 후보는 17일 국민의힘 1차 경선 미디어데이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이전에 대해서도 열려있지만, 절차가 필요하다”며 “세종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건 명백한 헌법 개정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후보들은 다소 유보하는 태도다. 김문수 후보는 “지금처럼 관저와 집무실이 떨어져 있는 게 맞는지, 여러 가지로 검토할 점이 있다”면서도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차기 대통령 집무실로 청와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청와대를 다 쓰는 게 아니라, 그쪽이 상권도 발달하고 관광객도 많아졌기 때문에 미국의 백악관을 모델로 청와대 일부를 국민에게 개방하는 안도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는 “당장 6월 3일부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그럼 용산으로 들어가지 않고 호텔에서 일할 것인가”라며 “(집무실은) 국민감정, 지역 균형, 효율성의 문제에 따라서 그때 차차 논의해도 된다”고 거리를 뒀다. 개혁신당 이준석 예비 후보는 “세종에 청와대, 용산, 국회를 한 공간으로 잇는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20대 대선 당시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세종시의 실질적 수도 기능 확립을 공약한 바 있다. 오는 2027년 국회 세종의사당을 개원하고 대통령 제2 집무실을 설치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미 국회가 합의해 세종의사당은 2031년, 제2 대통령 집무실은 2027년까지 완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다만 세종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개헌 사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 세종 행정수도가 추진됐는데, 국회에서 통과됐던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상 수도는 서울’이라는 취지로 위헌 결정을 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해당 부분까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강훈식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은 전날 관련 질문에 “국민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현행법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도 관련 사안을 포함한 개헌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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