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관세 영향 놓고 의견차 확대

파월, ‘중대한 사유’로 해임 사실상 어려워

해임 강행 땐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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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17년 11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17년 11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해임을 대놓고 거론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신이 7년 전 직접 임명했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관세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금리 조정에 대한 견해차를 보이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중앙은행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그(파월 의장)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는 그에게 만족하지 않는다”며 “만약 내가 그를 내보내라고 하면 그는 정말 빨리 그곳(연준)에서 나갈 것(he‘ll be out of there)”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한 이후 물가가 안정됐고, 모든 것이 내렸다며 “유일하게 오른 것은 금리이고, 이유는 미국에는 ‘정치 게임’을 하는 연준 의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가 금리를 인하한다면 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실상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에도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진행되지는 않았다. 파월 의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지난 2012년부터 연준 이사로 재직해 왔으며 지난 2018년 트럼프 집권 1기 때 연준 의장으로 임명됐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신임해 현재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내년 5월 그의 연준 의장 및 이사 임기가 동시에 종료될 예정이다.

연방준비법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당한 사유’는 심각한 문제, 권한 남용을 뜻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오랜 갈등은 금리 인하에 대한 의견 차이로 생겨났다. 현재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연준 의원들은 금리 인하 결정에 신중모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연준에 요구했다.

전날 파월 의장은 시카고 경제클럽 연설에서 “당분간 정책 기조에 대한 조정(금리 인하)을 고려하기 전에 더 명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거나 목표치에 다다를 것이라는 경제지표가 나올 때까지 금리 인하 결정을 미루겠다는 것이다.

또한 관세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파월 의장의 전날 연설 내용을 문제 삼으며 “파월의 임기는 빨리 종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이) 항상 늦고, 틀리는 연준의 파월이 어제 또 하나의 전형적인 엉망진창 보고서를 냈다”며 “유가와 식료품(심지어 달걀까지) 가격은 하락하고, 미국은 관세로 부유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을 감수하고 파월을 해임할 가능성은 여전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헌법학자들은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본다”며 “실제로 그런 시도가 있다면, 최종 판단은 미국 대법원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전했다.

파월이 해임될 경우 연준의 독립성 논란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블룸버그는 만약 파월이 해임된다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개발한 중앙은행 독립성 지수에서 연준의 점수는 하락할 것”이라며 “연준은 주요 7개국(G7) 국가 중앙은행 중 은행 감독이 아닌 이유로 법적 독립성이 강등된 유일한 사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