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 ‘마을빨래방 프로젝트’ 모금 성공
누리꾼들 “절로 기부하고 싶어져” 호평
![전남 곡성군 입면 흑석마을 80대 A씨가 쓴 감사 손편지. [전남 곡성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567025a6a3a64f8ca16787c31587b9d6_P1.jpg)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전남 곡성군 한 마을에 사는 80대 할머니가 쓴 손편지가 화제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해 마을빨래방 프로젝트를 완수한 군이 기부자들에게 보낸 편지로, 온라인에 퍼지며 누리꾼까지 뭉클하게 했다.
16일 전남 곡성군에 따르면 군은 입면 흑석마을 출신 80대 A씨가 ‘어르신 돌봄을 위한 마을빨래방 프로젝트’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기부자들에게 답례로 보냈다.
지난해 8월 작성된 편지는 “안녕하시오”라고 시작한다. A씨는 “내가 곡성으로 시집올 때만 혀도 시어머니가 형님네 애들 오줌싸개 이불 빨래를 시켜서 마을 빨래터에 가서 힘들어 몇번을 울었는지 모르요”라고 옛 일을 떠올리며 사투리를 그대로 적었다. 그러면서 “나도 인제 나이가 80이 넘어가 무릎이랑 허리가 아파 집에서는 이불 빨래를 아예 못 혀요”라며 “일 년에 한 번 마을에 빨래 차가 오면 거기 가서 헌디 일 년에 한 번 온께 이불을 장롱에다 넣어놓고 아예 꺼내질 않혀요. 나는 얇은 이불을 장판 위에 놓고 내내 살고 있고”라고 말을 이었다.
A씨는 “근디 우리 마을 이장이 우리 마을에 이불 빨래 하는 곳이 생긴다고 합디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요. 자석들 명절에 올 때도 맘 놓고 이불 꺼내놓고 쓰라 하고 가면 빨고 내 이불도 때 되면 빨고 말이오. 우리 마을에 이불 빨래방 맹그러 줘서 참말로 고맙소잉. 다들 복 많이 받을 것이오. 나도 여러분 님들 덕택에 얼마 안 남았지만 편히 살다 가겟소. 징하게 감사허요”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온라인에서 A할머니의 편지를 접한 누리꾼들은 “절로 기부하고 싶어진다”, “기부자들 너무 보람되겠다. 눈물 난다. 나도 기부는 고향에 해야겠다”, “귀에 들리는 듯한 구수한 사투리, 너무 정감 간다. 할머니가 더 행복하고 편하고 건강하게 사시길”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곡성군에 따르면 지역 고령화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고자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해 마을빨래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 25일부터 시작한 모금은 A 할머니의 감동 손편지의 힘까지 더해져 9개월 만에 목표액을 초과 달성됐다.
마을빨래방이 조성되는 곳은 지역 내에서도 고령화율이 높은 2곳이다. 모금된 기부금은 빨래방 공간 조성비, 세탁기 등 물품구입비, 배송 차량 운영비 등에 쓰일 예정이다.
조상래 곡성군수는 “마을빨래방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신 1500여명의 기부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 곡성을 응원하고 지켜봐 주시는 여러분의 진심 어린 마음을 가슴 깊게 새기고 지역의 어르신들이 깨끗한 이불을 덮고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을 추진토록 하겠다. 또한, 다른 지정기부사업이 기부자분들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향사랑기부제는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으며, 개인이 관할 주소지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최대 500만 원까지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기부액 기준 최대 30%) 혜택을 주는 제도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