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내주 한국과 무역 협상을 예고하면서 먼저 협상하는 국가가 더 유리한 합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는 베트남, 수요일(16일)에는 일본, 다음 주에는 한국과의 협상이 있다”면서 “(협상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먼저 움직이는 사람의 이점(first mover advantage)을 언급하며 “난 우리 동맹국들에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미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인도, 일본과의 협상을 우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다루기 쉬운 동맹국들과의 우선 협상으로 관세 정책의 성과물을 챙겨 미국 내 따가운 시선을 누그러뜨리고 다른 국가와 협상에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14일 경제안보전략TF 회의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와 관련해서 한미 간 화상 회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모든 분야에서 한미가 협상 체계를 갖추고,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내용을 도출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 같다”고 했다. 25%의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한미 통상 협상이, 트럼프 행정부가 1기 때부터 추진해 온 알래스카 LNG 사업을 매개로 시작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지금 안팎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갈팡질팡하며 헤매는 모양새다. 글로벌 증시 폭락에 중국 외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했고, 자국 기업피해와 소비자 물가 급등 우려에 반도체 제조 장비와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한발 더 나가 14일에는 “미국서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관세 추가 면제를 시사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 자동차와 드론 로봇 미사일 등 첨단 제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희토류와 자석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허를 찔린 트럼프가 시진핑 주석과 또 어떤 전격적 타협안을 낼지 모을 일이다.
이런 판국에 사업규모가 440억달러(약 64조원)에 이르고 혹한의 환경 등으로 공사기한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지분투자를 덜컥 합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LNG의 품질 검증을 조건부로 무역수지 균형 차원의 수입 확대를 내세우면 될 일이다. 중국이 빠진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이다. 우리 패를 먼저 내보이며 조아리다 차기 정부에 덤터기를 씌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