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에도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정치적 긴장 고조 상태가 장기화하면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국 상황을 평가했다. 무디스는 특히 짧은 선거 기간과 주요 후보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에서 정치적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런 시각에 비춰 볼 때,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일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차출론’과 이에 대한 한 대행측의 사실상 ‘노코멘트’ 대응은 불확실성을 스스로 키우는 변수라 할 것이다.
14일까지 한 대행은 대선 출마설에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국민의힘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5일까지 대행직을 사퇴하거나 별도의 관련 메시지를 낼 가능성에 대해 “없다”며 “통상·민생 현안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한 대행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한 매체의 질문에 “그런 일이 있으면 알려 드리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트럼프가 출마 의사를 묻자 한 대행이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라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가운데 한 대행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 포함돼 순위권에 든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한 대행이 국민의힘 일각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내 경선 참여 없는 출마 및 보수 후보 단일화 시나리오’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 대행은 이미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내 수십명 의원의 강한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종 의원은 13일 “한 대행은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으며 이날 수십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출마 요구 공개성명을 발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유력 주자로 꼽히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불출마, 유승민 전 의원의 ‘경선 불참여’ 선언도 한 대행의 출마설로 인한 당내 지형 변화가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통상 대응과 대선 관리의 중책을 맡은 한 대행의 출마 불확실성은 국민의힘이나 보수진영을 넘어 국정운영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깨뜨리고 소모적인 정치 분란을 낳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한 마당에 자칫 한 대행의 행보가 ‘대선용’으로 오해와 불신을 자초하게 될 수 있다. 대권도전은 한 대행의 권리일 수 있으나, 조속한 입장과 거취 표명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