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는 FTA 체결 20개 국가중 최고 세율

美 “5년간 대한국 무역적자 3배 이상 폭증”

USTR 보고서 대부분 상호관세 논리 사용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제한이 어쩌면 최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국) 5년간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규모는 3배 이상 증가했다.” (백악관 설명자료)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는 한국과의 무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설명자료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불공정 무역 관행을 하는 국가’로 평가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무역제한, 어쩌면 최악” 트럼프 맹공=이날 백악관 설명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25%는 주요국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포괄적 FTA를 체결한 20개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FTA 체결국 가운데 호주,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모로코, 페루, 싱가포르, 온두라스 등 11개국은 기본관세율인 10%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미국이 앞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캐나다와 멕시코 정도만이 미국과의 FTA 체결국 중 한국과 세율이 동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국가로 꼽은 유럽연합(EU)의 상호관세율은 20%였고, 일본도 우리나라보다 낮은 24%이었다.

상호관세는 무역을 하는 국가끼리 서로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를 뜻한다. 미국이 봤을 때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25% 이상이라는 뜻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판넬에서 ‘한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는 50%나 됐다. 백악관은 미국 측이 평가한 관세 50%의 기준을 밝히진 않았다.

상호관세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9일 12시 1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모든 국가에 매겨지는 10% 기본 관세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5일 시행될 예정이다.

▶백악관 “한국과의 무역적자 3배 늘어”=이 외에도 백악관은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 소비 비중이 49%라며 미국(68%)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이 아닌 수출을 통해 GDP를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들 국가는 자국 내 소비를 억제하고 미국으로의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백악관은 “중국, 독일, 일본,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자국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자국민의 소비력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역진세, 근로자 임금 억제 등이 있다고 백악관은 지적했다.

백악관은 이러한 이웃 국가들의 행보가 미국 제조업을 약화한다며 상호관세 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백악관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백악관은 “일본과 한국에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시장 진출을 방해하는 다양한 비관세장벽이 있다”며 “한국은 미국에서 인정하는 특정 기준을 인정하지 않고, 인증을 중복해서 요구하며, 투명성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2019년에서 2024년까지 3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자동차 제조사가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설명자료에 언급된 내용은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지적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USTR은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 확대는 여전히 미국의 주요 우선순위”라며 한국 시장을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도 상호관세 발표행사에서 USTR 보고서를 직접 관중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외국의 무역 장벽이 상세히 적혀있는 매우 큰 보고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세계화에 따른 무역 자유화 속에 미국이 “정말로 고통받았다. 50년 이상 착취당했다”며 “미국을 더 위대하게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며 상호관세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국, 불공정 무역 사례로 여러번 언급돼=미국의 이 같은 결정은 상호관세가 발표되기 전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시선이 바뀌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상호관세 브리핑에서 한국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미국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앞선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관련 잘못된 발언만을 재차 인용했고, “관세보다도 비관세 장벽이 더 문제”라고 지목했다.

현재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앞으로 한국은 상호관세 정책으로 인해 다른 국가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과 체결한 FTA 덕분에 대부분 물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음으로써 미국 시장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주요 경쟁국인 일본, 유럽연합 국가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 등의 측면에서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미 FTA에 따른 무관세 효과를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해당 당국자는 “우리의 MFN 세율은 3.5%다. 인도는 15%, 한국은 13%, 베트남은 거의 10%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비관세 장벽”이라면서 “그들은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같은 우리의 많은 농산물을 전면 금지한다”고 주장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