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경제도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금융소비자들을 노린 불법 금융행위, 보이스피싱, 보험사기 등 고질적인 금융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특히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피해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당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부업과 채권추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부업법’ 개정과 함께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을 통해 초고금리 대출계약 무효화, 채권추심 총량제 도입, 추심유예 요청권 부여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보이스피싱도 피해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대표적 금융범죄다. 지난해 피해 건수는 2만839건, 피해액은 8545억원에 달했다. 범죄 수법은 금융당국이나 경찰을 사칭하는 등 점차 정교해지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대응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당국은 보이스피싱 전담 수사팀을 신설하고, 번호 변작 중계기 유통을 차단하는 등 예방책을 강화하는 한편, 비대면 금융사고 자율배상책임제도를 도입해 금융사들이 스스로 피해 예방과 신속한 보상 체계 개선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다.
보험사기 역시 주의가 필요한 범죄 유형이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1조1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을 악용한 허위·고의 사고가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층이 연루된 사례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보험설계사의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보험업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건강보험공단,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신종 사기 유형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투자사기를 활용한 폰지사기 수법도 확산되고 있다. 일부 불법 사업자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차익거래를 내세워 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한 뒤, 투자자금을 돌려막기 방식으로 운용하다가 결국 투자금을 들고 잠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탓에 대표자나 영업조직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금융감독당국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등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당부하며, 유사수신 행위 단속과 함께 합법 사업자 중심의 규제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금융감독당국의 존재 이유이자 핵심 과제다. 이는 단순한 시장 규제를 넘어, 국민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사회적 약자인 금융취약계층을 각종 금융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대응책이 절실하다. 금융당국의 제도 정비와 예방 활동이 병행되어야 하며, 소비자들도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더 나아가 맞춤형 금융교육 확대 등 소비자 중심 환경 조성 역시 중요하다. 금융감독당국이 진정한 ‘워치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국민들이 보다 안전한 금융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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