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 규모 대비 세금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다. 37개 회원국(통계가 없는 호주 제외) 중 2023년 기준 31위를 기록했는데, 직전 해(24위)보다 7계단이나 떨어졌다.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걷은 세금이 전체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인데, 사전적인 의미로는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가파른 하락은 ‘악성’인 측면이 크다.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한 법인세의 급격한 감소에서 비롯됐고 국가 재정 적자 규모를 크게 키우는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로소득세는 오히려 대폭 늘어 나라 빈 곳간을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으로 메우는 형국이다.
31일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예산청책처를 통해 집계한 OECD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0%로 집계됐다. 2015년 16.6%에서 매해 상승해 2022년 22.1%까지 올랐다가 한 해 만에 3.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조세부담률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보장기여금을 제외한 총조세 비중을 뜻한다. 2023년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덴마크(43.4%), 노르웨이(41.4%), 스웨덴(36.3%) 등 대표적인 복지국가들이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로는 미국·아일랜드(18.9%), 체코(18.5%), 튀르키예(17.1%), 코스타리카(15.7%), 멕시코(15.3%)로 파악됐다. OECD 평균은 25.3%로 우리나라와 격차는 6.3%포인트에 달했다. 임광현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엔 한국 조세부담률이 17.7%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돼 주요국과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이 돈을 못 벌어 세금을 많이 못 낸 탓이 크다. 2023년과 2024년 법인세가 전년보다 각각 23조2000억원과 17조9000억원 줄었다. 이는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2023년엔 사상 최대인 56조4000억원, 2024년엔 30조8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났다. 그런데 근로소득세는 2014년 25조4000억원에서 작년 61조원으로 10년새 2.4배가 늘었다. 국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근로소득세 18.1%, 법인세 18.6%와 비슷해졌다.
탄핵정국과 미국의 통상 전쟁이 겹친 올해는 내수진작과 산업 지원을 위한 적극재정이 요구되지만, 법인세 수입 불확실성은 정부 정책 여력을 제한시키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 감세경쟁과 근로소득세 부담 증가가 겹치면 소득재분배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엔 적극재정과 함께 비상한 세수 확충 대책이 긴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서민·중산층 부담을 줄일 세제의 재설계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