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에코디자인규정(ESPR), 공급망실사지침(CSDDD), 디지털여권제도(DPP)….

EU에서 출발한 생소한 용어들에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모두 ‘탄소’ 규제와 관련이 있다. EU 수출기업들은 위 규제에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EU에서 2026년 1월 본격 시행한다. 탄소배출량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국가로 탄소배출이 이전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CBAM이 도입되면 EU로 수출하는 기업은 제품 생산 중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산정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공인기관의 CBAM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철강, 전기, 비료, 알루미늄, 수소, 시멘트 등 6개 품목이 대상이다. EU 수출 기업들은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발효된 에코디자인규정(ESPR)은 제품,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의 개발에서 폐기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친 신뢰성, 재활용, 수리, 폐기물, 탄소발자국 등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의무화한 제도이다.

ESPR은 EU 내 거래 제품에 대한 전과정평가(LCA) 및 탄소발자국을 요구하며, 이를 만족하지 못하면 규제를 받는다. EU는 또 이를 제품의 전 주기에 걸쳐 추적 관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제품 여권(DPP)에 담도록 했다.

지난해 7월 도입된 공급망실사지침(CSDDD)은 기업이 자사와 협력사의 환경 및 인권, 탄소중립 등에 대한 실사 의무를 지도록 한 규제다. 이를 어기면 과징금 및 거래중단 등 패널티를 받게 된다.

이같이 EU는 최근 각종 탄소규제 법안을 잇따라 발효시키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쏟아지는 규제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새 무역장벽은 수출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다. 이 장벽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기업은 물론 정부, 기관 등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 10일 EU 탄소배출 검증기관인 프랑스의 노르멕 베리파비아(Normec Verifavia)를 찾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R을 통한 검증지원 및 보고서 사전검토 등 CBAM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앞서 KTR은 지난해 7월 헝가리의 써트러스트(CerTrust)와도 CBAM 지원 협약을 맺기도 했다.

KTR은 UN 지정 온실가스 타당성 검인증이자 국내 배출권거래제 검증기관이며, 국내 1호 탄소발자국 KOLAS 검증기관으로서 다양한 산업에서 탄소발자국 검증과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수출국 탄소규제 대응을 돕고 있다. 특히 탄소발자국 국제협의체(CFIA)에 참여해 KTR의 검증 결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환경성적표지(EPD) 인증심사원 확보, 디지털제품여권(DPP) 대응솔루션 제공 등 탄소규제 극복을 위해 숨가쁘게 뛰고 있다.

우리 기업들에게 EU의 탄소 규제 도입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지속가능 성장을 이끄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 탄소 규제는 EU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가 한발 앞서 탄소중립 경쟁력을 갖춘다면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 선도국으로서 글로벌 탄소중립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그리고 KTR과 같은 시험인증기관이 더욱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대응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위한 발 빠른 대응이 절실하다.

김현철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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