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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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저출생 대응을 포함한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이른바 ‘4+1 개혁’도 새로운 모멘텀을 맞을 전망이다. 여야의 입장차가 큰데다 헌재 결정 이후 정국이 불안해질 것을 감안하면, 정책을 입안하는 세종 정부 부처들도 결정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일단 연금개혁은 그간 교착상태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 등 세 가지 사항을 국민의힘이 최종 수용한다면 민주당도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하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즉각 환영의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정부는 이날 여야 합의에 대해 “국회 연금특별위원회가 조속히 설치되기를 바라며, 특히 자동조정장치는 연금특위에서 핵심 의제로 반드시 논의되고,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물가 등에 연금 급여를 연동하는 제도로, 국민의힘은 추후 연금특위가 구성되면 협의해 나갈 계획이지만, 야당은 제도 도입으로 수령 연금액이 감소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의료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도 탄핵 결정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조속히 발표한다는 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입장이지만, 헌재 결정에 따라 발표가 다시 보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복지부는 비급여·실손 의료보험 개선안과 2차병원 강화책 등을 담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지난해 연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교육부가 추진 중이던 유치원·어린이집 교육·보육과정을 합치는 ‘유보통합’ 정책도 탄핵 이후 전기를 맞을 상황이다.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유보통합에 필요한 예산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교육청 사이의 견해차도 큰 상황에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헌재 결정 이후에도 정국 불안이 지속되면 논의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 분야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른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도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무총리에게 법정 정년을 60살에서 65살로 상향할 것을 권고하면서 정년 연장 논의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탄핵 정국으로 들어서면서 논의를 위한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탄핵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과 고용노동부 등 참여 주체들의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논의의 진척을 기대하긴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담장에 철조망이 설치돼있다.[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담장에 철조망이 설치돼있다.[연합]

저출생·고령사회 극복을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 신설도 정부조직법 개정이 표류되며 동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여부를 두고 여야 갈등이 지속돼 온 상황에서 탄핵 결정 이후 정국이 더 급랭되면 더 이상 인구부 신설 절차에 착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2026년도 사업을 심의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5월 전에는 인구부가 출범해야 하는데,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

세종 관가는 통상적인 업무는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4대 개혁과 같은 굵직한 정책은 헌재 탄핵 결정 이후에야 정책 향배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 관련 정책에 관여했던 담당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정부 부처 근무자들의 모든 이목이 헌재에 쏠려 있다.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