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타결 후 정부 보고 등 거쳐 계약 체결…체코 측 “한국, 현지화율 60% 약속”

체코 신규 원전 예정 부지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 신규 원전 예정 부지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이 체코 신규 원전 수주 최종 협상을 이달 안으로 마무리한다는 목표아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원전업계에서는 세부 협상 등 기술적 문제로 최종 계약 체결식 행사는 다음달 이뤄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수원은 13일 “3월 중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이후 내부 절차 및 정부 보고 등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구체적인 계약 체결 일정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수원과 체코 발주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는 계약 금액 등 주요 핵심 쟁점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상태에서 잔여 세부 조건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3월 중 계약을 체결한다는 기존의 계획표를 유지 중인 가운데 세부 협상 등 기술적 문제로 최종 계약 체결식 행사는 4월 이뤄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계약 금액과 더불어 주요 논의 사항이던 현지화율과 관련해서는 체코 측은 현지화율 60% 달성 요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체코 산업통상부가 지난달 25일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 따르면 루카쉬 블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프라하에서 열린 ‘원자력 산업 콘퍼런스’ 행사에서 한국 정부와 한수원이 체코 요구를 수용해 60% 현지화 비율 달성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블첵 장관은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서명 시점에 체코의 프로젝트 참여율을 약 30%로 하고, 동시에 건설 및 발전소 가동 과정에서 체코 기업의 60% 참여를 명확한 계획과 보증을 통해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수원과 체코 측이 최종 계약에 현지화율 목표를 어떻게 반영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럽 주요국에서 원전 발주 때 현지화 조달 목표가 상향되는 추세다.

영국에서 건설 중인 힝클리포인트 C 원전 사업의 경우 수주사인 프랑스 EDF는 현지화율 64%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신규 원전의 현지화율 목표도 60%로 제시됐다.

아울러 한수원의 체코 신규 원전 수주가 확정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현지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현지에서 생산하는 터빈이 원전 장착될 예정으로 이 역시 현지화율 산정에 포함된다.

이 밖에도 체코 현지 기업이 원전 건설에 참여해 각종 기자재와 서비스를 제공해도 상당수는 현지 생산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한국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도입해 공급해야 해 공급사슬을 타고 한국에 일감이 들어올 수 있다.

체코는 두코바니에 2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으로 목표 사업비는 2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간 한수원의 최종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법적 분쟁이 최근 타결되면서 최종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한수원이 최종적으로 체코 원전 건설 계약을 따내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원전 수출 수주가 이뤄지게 된다.

원전 업계에서는 선진 시장인 유럽에 첫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향후 주요 전략 지역에 한국 원전 수출을 확대하는 중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