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특허법원 배상액 15억여원 판결

1심 재판부 배상액보다 3배↑

LS전선 “당사 기술력 인정한 중요 판결”

대한전선 “배상액 산정 등 문제 있어”

공장 설계도 유출 등 놓고도 신경전

[게티이미지뱅크 및 각 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및 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전력 제품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심 재판부가 LS전선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보다 3배 이상 늘어난 배생액을 대한전선이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한전선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도 유출 등을 놓고도 갈등을 벌이고 있는 만큼 양사의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허법원 제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13일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손해배상 등의 청구소송 2심 선고공판에서 대한전선이 LS전선에 15억162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에서 결정한 배상액(4억9623만원)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대한전선이 보유 중인 해당 제품 폐기와 함께 청구 금액(41억원) 중 4억9623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LS전선은 배상액이 적다고, 대한전선은 배상 판결 자체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항소했다.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된 조인트 키트는 개별 버스덕트(건축물에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장치)를 연결해 전류 흐름을 유지하는 부품이다. LS전선은 자사 하청업체 A사에서 조인트 키트 외주 제작을 맡았던 직원이 2011년 대한전선으로 이직한 후 대한전선이 유사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기술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LS전선의 동해사업장 해저4동 및 VCV타워 전경. [LS전선 제공]
LS전선의 동해사업장 해저4동 및 VCV타워 전경. [LS전선 제공]

LS전선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이번 판결은 LS전선 기술력과 권리를 인정한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S전선은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수십 년간 노력과 헌신으로 개발한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술 탈취 및 침해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전선은 “LS전선이 등록한 특허와 유사한 선행특허가 미국과 일본 등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진보성과 신규성이 없는 자유실시기술에 불과하고, 두 제품의 과제해결원리 등이 동일하지 않아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지속 주장했다”며 “하지만 해당 부분이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특허법의 과제해결원리와 작용 효과의 동일성 등에 대한 판단 및 손해배상액의 산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바 향후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 후 상고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설계를 변경한 조인트 키트를 수년 전부터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선고 결과가 당사의 버스덕트 영업 및 사업에 주는 영향이 일체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대한전선 제공]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대한전선 제공]

양사는 곳곳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도가 가운건축을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 조치를 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8년 기아 화성 공장에서 발생한 정전 사고에 대한 책임여부를 놓고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당시 사고로 약 182억원의 손해를 본 기아는 LS전선, 대한전선 등을 상대로 2019년 소송을 걸었다. 땅속 송전선로를 옮겨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자와 과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1·2심 재판부는 LS전선의 단독 책임만을 인정했다. LS전선은 대한전선 등 다른 피고와의 공동 책임을 주장하며 상고했다.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전선 모회사인 호반그룹은 최근 LS전선 모회사인 ㈜LS 지분 3% 미만을 사들였다. 호반그룹은 지분 매입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언급했지만 LS전선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지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3% 이상 확보하면 장부열람 청구권과 이사의 위법 행위 유지 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신경전은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연장선상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LS전선, 대한전선은 국내 전선 시장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대한전선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LS전선이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전력 인프라 발주가 늘어나면서 양사 간 경쟁은 해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