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캐나다 중앙은행·영란은행(BoE) 총재
약 85% 득표율…2위(8%)와 압도적 표차
트럼프 관세 위협 대응 책무 막중해
![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가 9일(현지시간) 캐나다 차기 총리로 선출된 후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0/rcv.YNA.20250310.PAF20250310156001009_P1.jpg)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직면한 캐나다가 9일(현지시간) 차기 총리로 정통 경제학자 출신 마크 카니(59)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를 선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캐나다 집권당인 자유당은 당원 15만명 이상이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카니가 85% 이상의 득표율로 경쟁자였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8%), 카리나 굴드 전 하원 의장(3.2%), 프랭크 베일리스 전 하원의원(3%)을 누르고 당선됐다. 의회의 다수당 연합을 이루고 있는 자유당 대표로 선출되면 캐나다의 신임 총리가 된다.
카니는 이날 총리직 수락 연설에서 “캐나다를 위해 함께 싸울 준비가 됐는가”라고 외치며 피에르 푸알리에브 보수당 대표를 ‘트럼프에 무릎 꿇을 정치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캐나다의 가계와 노동자와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가 성공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니는 또 “우리는 이 나라(캐나다)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로 만들었는데 이제 우리의 이웃이 우리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며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가 캐나다를 위해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느냐”라고 했다.
카니는 “트럼프는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에 부당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그는 우리의 가족, 노동자,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캐나다 정부는 미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캐나다에는 최소한의 영향을 미칠 자체 관세로 정당하게 보복했다”면서 “캐나다 정부는 미국인들이 캐나다를 존중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약속할 때까지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캐나다 정부는 300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이미 시행한 1단계 보복 관세를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영란은행 총재 출신 ‘경제통’
1965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카니는 국제 경제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경제학자다. 1988년 하버드대(경제학)를 졸업하고 옥스퍼드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카니는 2008년 2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해 그해 9월부터 본격화한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그에 따른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비교적 성공적으로 캐나다 경제를 방어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의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G20(주요 20개국)의 합의로 설립된 금융안전위원회(FSB) 의장을 거쳐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며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전후 혼란스러웠던 상황에 적절히 대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외국인이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현재는 캐나다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 자산운용 회장이자 블룸버그 이사회 의장을 겸하면서 자유당의 대표적인 ‘경제통’ 정치인으로 꼽힌다.
캐나다 여론 조사 기관 앵거스 리드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캐나다인들은 카니가 푸알리에브 보수당 대표보다 관세 및 무역 문제에서 트럼프를 상대하기 더 능숙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정치 경험 사실상 ‘전무’ 약점도
카니는 글로벌 무대에서 정통 경제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중앙 정치 무대에 몸담아 본 적은 없어 캐나다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으나 이를 극복했다. 로이터는 “정치적 배경이 없는 외부인이 캐나다 총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불붙은 양국 간 관세 전쟁을 경험한 캐나다인들이 ‘반(反) 트럼프 기조’인 카니를 택해 현재 불어닥친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이제 다음달 2일로 미뤄진 트럼프의 25% 관세와 야당의 정치 공세를 감당해야 한다. 캐나다 유력지인 토론토스타에 따르면 카니는 이달 17~18일 무렵 총리 자리에 정식으로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카니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그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뤼도 정부의 입장에 서 있다. 이 때문에 양국 간 관세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가장 젊은 캐나다 총리로 주목을 받았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 1월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집권 9년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총선은 오는 10월에 치러야 하지만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자유당이 조기 총선을 통해 추진력을 확보하려고 할 가능성도 나온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은 카니가 이달 말 의회가 다시 열리기 전 조기 총선을 소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4월 28일 또는 5월 5일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