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무책임한 경영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업회생 신청 불과 열흘 전까지도 단기채를 발행하며 운영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 직전에 신용등급이 급락하자 곧바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투자자 보호보다 자산 회수를 우선해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떠 넘긴 것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들어서만 745억원 규모의 단기채를 발행했는데 대형 기관이 아닌 일반 개인과 법인에게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MBK는 대출금 상환을 위해 매각한 자산에서 얻은 수익으로 주요 기관들과의 관계는 유지했지만 소액 투자자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기 전 이미 주요 자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한 후, 회생 절차를 진행해 더 이상의 손실을 피하려 했다는 점에서 ‘먹튀’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다. 홈플러스 인수 당시 차입금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수 금액은 7조2000억원이었는데, MBK는 이 중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인수 자금의 상당부분을 인수 대상 기업을 담보로 충당한 것이다. 홈플러스가 벌어들인 돈으로 빚을 갚아나가다 막다른 지경에 달하자 수익 보전에 나선 것이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2016~2023년 지출한 이자비용은 2조93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 4700억원의 6배가 넘는다.
MBK의 경영은 상식밖이다. 알짜 점포를 매각하고 차입금을 갚는 방식으로 회수에 주력했다. 경영이 어려우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기업회생으로 달려갔다. 실질적인 기업 경영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은 MBK가 현재 고려아연에 대해 적대적 M&A를 추진중이라 더 우려를 키운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중국 자본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최근 고려아연 사태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경우에 따라선 국가 경제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모펀드가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책임있는 경영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MBK처럼 오직 투자금 회수에만 급급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 회생 절차와 같은 제도적인 장치를 악용해 자산 회수만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시급히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는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제에 기업 인수·경영 규제 구조를 면밀히 살펴 손봐야 한다. 기업 회생과 관련된 제도도 취지에 맞게 보다 엄격히 운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