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관세와 주한미군 문제, 반도체법, 알래스카 에너지개발사업 등 우리에겐 ‘핵폭탄급’이라 할 만한 이슈를 전방위로 던졌다. 트럼프 정부의 전례없는 공세에 우리도 기존의 대응방식을 뛰어넘는 창의적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 정상외교 공백 상황에서 여야가 해야 할 역할이다. 초당적으로 통상총력전에 나서 정부와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한국의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나 높다”며 “우리가 한국에 군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데 우방국이 이렇게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생산시설 건립 보조금 지급 근거인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은 폐지하겠다는 의사도 재차 확인했다. 트럼프는 반도체법이 “끔찍한 것”이라며 “우리는 수천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주지만 아무 의미도 없다”고 했다. 또 “우리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파이프 라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며 “일본, 한국 그리고 여러나라가 수조 달러씩 투자하면서 파트너가 되길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근거를 밝히지 않은 통계를 짜깁기하거나 부풀리고, 상황을 아전인수식으로 묘사하며, 정부 차원의 계약마저 손바닥 뒤집듯 파기하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트럼프식 압박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난 연설이었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로 보면 모든 품목에 공통적으로 부과되는 평균 관세율은 한국이 13.4%, 미국이 3.3%이지만, 트럼프가 말하는 ‘상호관세’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양국간 관세율을 따지는 것이 옳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관세율은 0.79% 수준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삼성과 SK의 보조금은 공장 건설 등 미국에 투자하는 대가이며 이미 전임 바이든 정부와 계약이 됐다. 알래스카 LNG 개발은 한국이 먼저 나서서 투자와 참여 계획을 세운 것처럼 트럼프는 말했지만, 이 또한 사실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의문시되고 있으며, 미 정부가 압박해 우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는 광물개발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다는 내용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서한을 공개했다. 젤렌스키의 사실상 항복 선언인 셈인데, 트럼프를 상대해 어설픈 협상전략으로는 본전도 뽑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우리는 팩트와 명분으로 무장하고, 미 정부와 의회, 언론, 학계를 설득해야 한다. 냉정한 손익계산에 바탕해 내줄 건 내주고 얻을 건 확실히 챙기는 거래의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